7일 낮 12시30분 경기 고양시 하이닉스 야구장(일명 원당구장)에서는 현대 유니콘스의 새해 합동훈련이 시작됐다. 훈련 시작시간은 12시30분이었지만 김시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1, 2시간 전에 나와 담소를 나눴다.
화제는 단연 KT의 창단 여부였다. 외야수 전준호(39)는 “솔직히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기대도 된다. 좋은 기업에서 야구단을 운영하겠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고, 끝까지 잘 되기를 바란다”며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지난해 1월15일 농협중앙회의 현대 야구단 인수 발표가 났으니, ‘현대 사태’는 어느덧 1년이 다 됐다. 그 동안 새로운 주인으로 언급된 기업만도 농협, 프로스테이트 홀딩 컴퍼니, STX 등 줄잡아 3, 4곳이나 된다. 지쳐 쓰러질 법도 하지만 감독과 선수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선수들과의 상견례에서 김 감독은 “늘 그랬듯이 새해가 밝았으니 새 희망을 안고 새 출발을 하자. 오랫동안 마음고생을 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잘 될 것”이라며 격려 메시지를 전했다.
정민태(38) 이숭용(37) 등 산전수전 다 겪은 고참들은 담담한 표정 속에서도 8일 오전 열리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주장 이숭용은 “1년 동안 문제를 끌다 보니 조급하기보다 오히려 담담하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팀이 정해져야 힘을 내서 더 잘할 것이다. 내일 이사회에서 희망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대 야구단은 전통적으로 합동훈련 때 1군과 2군을 분리해서 스케줄을 짰다. 오전에 2군이 훈련을 마치고 나면 오후에 1군이 구장을 썼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1, 2군 구분 없이 전체가 한데 모여 훈련을 하기로 했다. 새로운 기업의 창단이 확정될 때까지는 한마음을 모으겠다는 뜻이다.
새해 첫 합동훈련이 시작된 날 전국적으로 안개가 짙고 낮게 깔렸다. 산 속에 위치한 원당구장 주변에는 오후가 되도록 안개가 자욱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험난한 앞날’이 아닌 안개가 걷힌 뒤 밝은 하늘을 그렸다.
“안개는 안개일 뿐이죠. 안개가 가시고 나면 하늘이 개잖아요. 저희 구단도 그럴 겁니다. 당장은 어둡고 힘들지만 밝은 날이 오지 않겠어요. 기분 같아서는 저도 새 유니폼 입고 한 3년쯤 선수생활 더할 것 같은데요.” 투수 최고참 정민태의 얼굴이 환해졌다.
원당=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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