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은 6, 7일 이틀 연속 공개 일정을 전혀 갖지 않았다. 7일에는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도 나타나지 않고 온 종일 행방을 감췄다. 5일에도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엘든 공동위원장과 조찬을 한 것 외에는 공개 일정이 없었다. 앞으로도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숙고의 시간인 셈이다.
이 당선인은 7일 평소와 달리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시내 모처에 머물렀다. 이 당선인이 통의동에서 집무를 본격 시작한 이후 집무실을 찾지 않은 것은 처음으로, 비서실도 정확한 행방을 알지 못할 정도였다.
그는 최근 측근들에게 공개 일정을 줄일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는 새 정부 첫 총리 인선 및 조각과 정부조직 개편 등 인수위 핵심 현안 등을 검토하고 결정할 시간을 갖기 위한 것이다. 총리 낙점절차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많다. 한 측근은 “지금 이 당선인 머리 속은 총리 등 인선과 정부조직 개편안 보고서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당선인은 상당 시간을 보고서 및 자료 검토에 쓰고 있다. 집무실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6일엔 집무실에서 저녁을 도시락으로 해결하며 임태희 비서실장, 박재완 인수위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팀장, 곽증순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원 등과 함께 정부조직 개편안 마무리에 골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는 밤 11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이는 이 당선인이 맞닥뜨린 과제가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다. 총리 인선과 조각, 청와대 비서실 인선 등은 새 정부의 명운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일이다.
안 그래도 인사에 신중한 스타일인 이 당선인으로선 이것 저것 따져보며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조직 개편안 역시 국회 통과 등 절차를 생각한다면 매우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이 당선인이 8일 국회를 찾아 국회의장단 및 주요 정당 원내대표단과 만나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및 각료 인사청문회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기로 한 것도 이 연장선이다.
한 측근은 “이 당선인의 최근 모습에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의 숙고의 시간이 어떤 결과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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