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창단자, 자ㆍ타칭 음악의 CEO 혹은 예술 최고경영자. 지휘자 금난새(60)씨가 데뷔 30주년을 기념, 자신의 음악 여정을 갈무리한 자서전 <마에스트로 금난새 열정과 도전> (생각의나무)을 펴냈다. 마에스트로>
금씨는 스스로를 ‘벤처 오케스트라 지휘자’라고 당당히 일컫는다. 한국에서 순수 예술과 상업주의가 이처럼 당당하게 서로를 탐한 적은 없었다.
유라시안 필의 자유로운 인적 구성, 신선한 아이디어로 내놓은 전례 없는 형식의 연주회 등이 모두 그의 머리에서 기획됐다. 지난해 용인시의 후원으로 연간 12회의 음악회를 치러낸 것을 비롯해 삼성전자, 포스코, CJ, 삼성테스코 등의 후원으로 교향악단을 운영해 온 음악 CEO로서의 나날을 집성했다.
그는 “계약 기간은 엄정한 자기 테스트 기간”이라며 “계약을 한 단체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은 곧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단원들을 독려한다. 그것은 끊임 없는 자기 혁신의 과정이었고,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궁극의 지향점으로 삼는 것이었다. 그는 “비평가보다 청중 한 사람이 내게는 더욱 소중하다”며 “음악은 결코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책에서 “의견을 어떻게 조율해 낼 것인가라는 문제는 결국 리더의 몫”이라며 “리더가 구성원들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하느냐에 따라 한 집단의 문화가 전혀 달라진다”고 썼다. KBS교향악단을 거쳐 수원시향의 상임지휘자 시절 보여준 단원들과의 친화력과 일련의 개혁조치 등은 지휘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 사건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계약 관행에서 잘못된 점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등 계약에 충실하려 애쓴 모습은 왜 굳이 CEO라는 별명을 얻게 됐는지를 설명해 준다.
금씨는 1977년 독일서 열린 카라얀국제콩쿠르에서 3위로 입상해 지휘자로 데뷔해 국립교향악단의 최연소 지휘자가 됐다. 94년 국내 최초로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를 시작해 99년까지 전석 매진의 기록을 세운 그는 자신의 풍성한 교향악처럼 이번 책을 요리하고 있다. 오랜 지휘 관록에서 축적된 풍성한 사진자료는 물론 자신에게 쓰는 편지, 베토벤과의 가상 대담, 각종 인터뷰 기사 등을 동원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