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부족, 재고하락, 달러약세, 정치적 불안까지. '유가 100달러 시대'는 종합적 악재의 산물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올 1·4분기동안은 100달러대의 유가가 지속되리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지난해 한해 국제 유가는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를 기준으로 57%나 상승했다. 11월 21일(현지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장중 배럴당 99.29달러로 1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었던 WTI는 12월 들어 다시 90달러 안팎으로 진정세를 보이다가 최근 다시 요동을 쳤다.
미국의 석유재고가 지난 3년동안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나이지리아의 석유도시 포트 하코트에서 일어난 무장세력의 테러, 파키스탄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암살 등 정치적 불안이 겹겹이 일어난 탓이다. 한국석유공사 구자권 해외조사팀장은 "큰 전쟁만 빼고는 유가불안의 모든 악조건이 다 겹친 상태"라고 진단했다.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배럴당 100달러 수준의 고유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일단 현재의 시점이 가장 석유수요가 높은 동절기의 한 가운데인데다가 한파가 몰아닥칠 것이라는 기상예보와, 3일 발표될 미국의 석유재고가 7주 연속 또 다시 감소하리라는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수급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석유생산 증대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의 에너지 분석기관인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는 지난해 11월 30일 기존의 유가 전망을 수정, "세계 원유공급 부족상황이 발생할 경우 WTI 연평균 유가는 배럴당 108달러까지 치솟고 두바이유는 2분기 100달러를 돌파해 3분기 104.5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 역시 비관적으로 12월 초 "1분기 WTI는 93달러, 4분기는 105달러까지 올라 연평균 배럴당 95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규모 공급부족을 일으킬 변수만 없다면 장기적으로는 지난해 11월 시작된 OPEC의 증산이 서서히 공급을 안정시켜 1분기가 지나면서 유가가 다소 안정되리라는 전망이다.
한국석유공사는 "두바이유 기준 유가는 올해 상반기 배럴당 80달러, 하반기 75달러, 연평균 77.5달러로 예상된다"며 "올해 연평균 가격보다는 13% 상승한 것이지만 현재의 90달러선보다는 다소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