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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극복할 수 있다] 3부 <6>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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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극복할 수 있다] 3부 <6> 희망이 보인다

입력
2008.01.08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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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사망 원인 1위인 암. 사망자 4명 중 1명이 암으로 죽는다.

사실상 모든 가정이 암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 하는 슬픔을 겪은 피해자인 셈이다.

본보는 지난해 7월 2일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우리 가정과 사회가 암과 정면으로 맞서 이겨내자는 <암, 극복할 수 있다> 기획 시리즈를 시작했다.

그동안 암의 원인과 예방법을 집중 조명하고 암 환자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를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6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면서 암과 싸우고 있는 환자들의 2008년 소망과 각계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암 치료의 현주소와 발전방향을 들어봤다.

◆ 김민규군(14ㆍ뇌종양ㆍ국립암센터 입원 중)

지난해부터 치료를 받느라 학교에 가지 못해 중학교 진학을 못했어. 밀린 공부를 열심히 해서 더는 뒤쳐지지 않고 싶습니다.

누나가 3명 있는데 모두 돈을 벌겠다고 멀리 갔어요. 누나들이 너무 보고 싶고, 빨리 함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간호하시느라 힘드신 엄마. 요즘 몸이 안 좋으신데 올해는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제 꿈은 일류 요리사입니다. 어서 나아서 그 꿈을 이루고 싶어요.

◆ 최재모씨(61ㆍ위암ㆍ국립암센터 입원 중)

수술 후 항암제 주사를 맞는 동안 부작용 때문에 밥도 먹지 못하고 너무 힘들었어요. 이제는 조금 나아진 상태입니다.

지금이라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손자들 재롱도 보고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냈으면 합니다. 평생 고생만 시켰는데 고약한 암까지 걸려서 더욱 힘들게 한 아내에게 미안합니다.

어서 퇴원해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딸이 미국에 있는데 너무 멀어서 수술할 때도 오지 못하게 했어요. 딸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 최양호씨(65ㆍ식도암ㆍ국립암센터 입원 중)

다른 병원에서는 말기라서 수술도 힘들다고 했는데 다행히 국립암센터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결과가 좋아 차츰 건강을 찾아가고 있고요.

제 아내는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지금 다른 사람이 간호하고 있는데 어서 나아서 아내를 직접 돌보고 싶네요.

부모가 둘 다 병원 신세를 지고 있어서 자식들 볼 면목이 없습니다. 올해는 둘 다 건강해져서 자식들과 즐겁게 지내는 것이 소원입니다.

◆ 최종순씨(51ㆍ대장암ㆍ대항병원 통원 치료 중)

2006년 수술을 받고 현재 장루(인공항문)를 달고 있습니다. 수술한 부분이 안에서 터지는 바람에 장루를 떼냈다가 다시 넣는 수술을 수 차례 받았죠.

올해 8월이면 장루를 제거해도 된다고 하는데 수술이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소망은 제가 건강을 되찾는 것입니다.

남편과 딸, 아들 모두 제가 안 아파야 행복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결혼하는 것도 보고, 손자들이 태어나면 잘 돌봐주고 싶습니다.

◆ 박양주씨(50ㆍ방광암ㆍ원자력병원 통원 치료 중)

지난해 수술을 받고 투병하면서 암 환자들의 고충을 몸소 느꼈습니다. 특히 신약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환자가 경제적으로 몰락해가는 모습을 곁에서 봤을 때는 마음이 많이 아팠죠.

올해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암 환자에 대한 지원이 크게 늘어 신약도 보험이 적용되기를 기대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대학 졸업을 앞둔 딸이 좋은 직장에 취직했으면 좋겠습니다.

조만간 직장(광양제철)에 복귀합니다. 새로 얻은 삶, 열심히 살겠습니다.

◆ 함석진씨(53ㆍ자궁경부암ㆍ강남성모병원 입원 중)

2007년 초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으나 재발해 현재 항암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암을 앓아보니 얼마나 힘든 병인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더 이상 힘들지 않고 나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없네요.

같이 살고 있는 둘째와 셋째 딸 아이도 제 걱정을 많이 하고 있으니 어서 털고 일어나야죠. 완쾌되면 환자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암을 직접 경험해 봤으니 누구보다 잘할 수 있겠죠.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 진료 현장에서 外

◆ 허대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

결핵을 극복한 역사를 통해 암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결핵은 불과 50~100년 전만 해도 지금의 암과 같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1882년 결핵의 원인균을 발견했고, 50여 년 후 치료제가 나왔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1990년대 결핵은 대수롭지 않게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 됐다. 암도 원인을 밝혀내면 수십 년 안에 완치할 수 있는 병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아직 암의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근원적 치료는 하지 못한 채 수술, 방사선, 항암제 투여 등 암 덩어리만 제거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은 아쉽다.

그러나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으며 분자생물학, 유전학 등 암과 관련된 기초과학분야의 성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 조만간 암의 원인도 베일을 벗을 것으로 기대한다.

질병의 극복은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처럼 순차적으로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처럼 암 치료의 전환점이 되는 획기적인 연구 성과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항암제 개발 현장에서…"환자 특성 고려한 맞춤치료시대 온다"

◆ 홍효정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항체치료제연구단 단장

현재 널리 사용하고 있는 항암제는 정상 세포보다 빨리 자라는 암 세포의 특성에 착안해 빨리 자라는 모든 세포를 공격한다.

때문에 모근, 생식세포, 골수 등 세포 분열이 왕성한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탈모, 구토, 백혈구 저하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

게다가 치료 효율도 높지 않다.

연구자들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다. 암 세포의 다른 특성, 예를 들어 암 세포에 특히 많이 나타나는 성장인자 수용체, 과다 발현하는 유전자 등을 다수 찾아냈다.

이를 통해 성장인자 수용체의 작용을 저해하는 물질과 유전자 발현 억제 약물 등 ‘표적치료제’를 속속 개발 중이다.

약물에 대한 반응, 성별, 나이 등 환자 특성을 고려한 ‘맞춤치료’도 앞으로 암 극복에 한몫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맞춤치료의 모델은 10개 정도지만 조만간 수십 개로 늘어나 누구나 맞춤치료를 받을 날도 멀지 않았다.

또 한 가지는 항암제 내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항암제를 항체에 넣어서 투여하면 주사나 경구약제와는 다른 경로로 암 세포에만 약물이 주입될 수 있어 부작용은 줄이면서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투병 현장에서…"의료에 시장원리 안돼…환자에겐 삶"

◆ 강주성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지난해 우리나라 의료는 제도적으로 일정 부분 후퇴했다. 의료급여 환자에게 본인부담을 지우면서 사회보장제도의 하나인 의료급여제도에 균열이 생겼다.

국민건강보험료가 올랐지만 6세 미만 아동과 병원 식대에 대한 환자들의 부담은 오히려 늘었다. 이 모든 것이 의료제도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

여기에 노무현 정부는 ‘의료를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키자’는 기치 아래 의료를 시장으로 내몰았다.

의료기관 간 흡수합병을 통해 의료기관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이는 이윤 창출을 위한 과잉진료와 진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국민들의 부담은 증가하고, 저소득층의 의료 접근성이 파괴될 것이 예상된다.

게다가 전망도 밝지 않다. 차기 정부의 보건의료 공약이 영리법인 허용과 민간보험 도입 등 의료 체계의 뿌리는 흔드는 것들 뿐이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특히 암 등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의료는 삶이다. 시장으로 내몰기에는 공익성이 너무도 크다.

국민이 의료에 대해서만이라도 ‘국민의 입장에 선 철학을 세워달라’고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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