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구쪽서 폭발시작 속수무책 당해
이번 참사는 지하 1층 기계실쪽에서 발생한 폭발성 화재가 결정적이었다.
지하에 고여있던 유증기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폭발이 일어났고 순식간에 불이 지하 1층 전체로 번지면서 인부들 대부분이 빠져 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며칠 전까지 발화율이 높은 시너 작업을 했으면서도 이에 대한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작업을 재개, 이날 사고 역시 후진국형 인재로 드러났다.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에 따르면 화재로 40명의 희생자를 낸 이천 냉동창고는 창고 단열재로 쓰기 위해 시너 성분이 함유된 우레탄폼을 벽체에 채워넣는 과정에서 인화성 유증기(기름 증기)가 지하에 가득 찬데다 LP가스통 등 폭발성 물질이 산재해 화약고 같은 상황이었다.
현재 정확한 화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용접불꽃이나 담뱃불, 전기 스파크, 망치질 불똥 등이 유증기에 옮겨 붙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폭발이 일어나면서 불길이 순식간에 번졌고 작업 중이던 인부들은 미처 손쓸 틈도 없이 유독 가스에 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인부들이 몰려 있던 냉동창고 기계실 주변에서 다수의 시신이 발견돼 대피할 틈도 없었던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짐작케 했다.
지나치게 넓은 면적에다 복잡한 구조도 피해를 키우는데 한 몫 했다. 지하 1층 전면 출입구는 냉동식품을 출납하느라 비교적 넓게 만들어져 있지만 불이 순식간에 번진 데다 뒷편 대피로까지는 100여m나 떨어져 있어 사실상 대피로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또 6개 구획으로 나뉘어 있는 복잡한 구조도 피해를 부추겼다.
소방서 관계자는 “밀폐된 공간에서 불이 나 유독 가스가 발생할 경우 3,4분 내 탈출하지 못하면 대부분 사망한다”면서 “더구나 폭발이 일어난다면 충격에 의해 그 자리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폭발 충격을 이겨냈더라도 2만3,338㎡로 축구장 2배 가까운 넓이에서 불과 유독 가스를 피해 미로처럼 얽힌 패널 벽을 따라 대피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안이한 안전의식이 피해를 키웠다.
우레탄폼 발포작업이 1주일 전쯤 끝나 유증기 폭발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소방당국은 밀폐된 공간에서는 얼마든지 유증기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하 냉동창고가 10㎝ 두께의 우레탄으로 덮여 있었고, 내부에는 쓰다 남은 200ℓ짜리 우레탄폼 통 15개, LP 가스통 등이 산재해 화재에 취약한 상황이었지만 영업(12일) 개시 5일 앞두고 10여 가지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어서 누구도 화재위험에 신경 쓰지 못했다. 불이 났을 때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도 참화의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천소방서 안상철 서장은 “불이 워낙 순식간에 번져 지하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들은 모두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잔여건물 붕괴위험이 있지만 가능한 빨리 시신수습작업을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천=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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