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복서' 고(故) 최요삼(35ㆍ숭민체육관) 선수의 빈소에 권투인을 비롯한 각계 각층의 조문 행렬이 이어져 고인의 마지막을 눈물로 함께 했다.
3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1호실. 이날 오전부터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권투인과 지인,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고인의 곁을 지켜온 전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홍수환(58)씨는 "충분히 살릴 수 있었을 텐데…"라며 "고인의 뜻을 받들어 식어가는 권투의 인기를 다시 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삼켰다.
전ㆍ현직 세계 챔피언 장정구(44), 지인진(35) 등 권투계 선후배들과 김정길(63) 대한체육회장, 2000년 시드니올림픽 펜싱 남자 플뢰레 금메달리스트 김영호씨 등 체육인들도 빈소를 찾아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불쌍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던 고인은 영정 사진 속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고, 영정 사진 옆에는 고인이 그토록 아끼던 WBC(세계권투평의회) 세계챔피언 벨트와 WBO(세계권투기구) 인터컨티넨탈 챔피언 벨트가 놓였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김종민 문화부 장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등을 비롯해 생전 고인과 친분이 있던 임창정, 류승범, DJ DOC 등 연예인들의 조화도 눈에 띠었다. 팬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는데 고인의 미니 홈피에는 "아직도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 당신은 우리의 영원한 챔피언"이라는 추모 글이 잇따랐다.
영정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던 동생 최경호 HO스포츠매니지먼트 대표는 "저 벨트만 아니었다면 벌써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텐데…"라며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지난달 25일 WBO 인터컨티넨탈 플라이급 타이틀 1차 방어전에서 헤리 아몰(인도네시아)에게 경기 종료 5초 전 라이트를 안면에 맞고 쓰러진 고인은 끝내 숨을 거뒀지만 간 콩팥 심장 각막 등의 장기를 기증, 꺼져가던 6명의 말기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안겼다.
간을 이식 받은 A(59ㆍ여ㆍ전남 장흥)씨는 "고맙다는 말 밖에 다른 할 말이 없다"며 감사해 했다. 고인의 장례는 5일까지 '권투인장'으로 치러지며, 유해는 경기 안성 일죽면 유토피아 추모관에 안치된다.
한편 고 최요삼 선수에게 체육훈장이 추서된다. 행정자치부는 3일 프로복서로서 국위를 선양하고 사후 장기기증으로 새 생명을 살리며 사회의 귀감이 된 점을 감안해 고인에게 체육훈장 백마장(4등급)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종민 문화부 장관이 금명간 빈소를 찾아 유가족에게 훈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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