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현장에서…"암이 백기들고 투항할 날 머잖아"
◆ 허대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
결핵을 극복한 역사를 통해 암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결핵은 불과 50~100년 전만 해도 지금의 암과 같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1882년 결핵의 원인균을 발견했고, 50여 년 후 치료제가 나왔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1990년대 결핵은 대수롭지 않게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 됐다. 암도 원인을 밝혀내면 수십 년 안에 완치할 수 있는 병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아직 암의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근원적 치료는 하지 못한 채 수술, 방사선, 항암제 투여 등 암 덩어리만 제거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은 아쉽다.
그러나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으며 분자생물학, 유전학 등 암과 관련된 기초과학분야의 성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 조만간 암의 원인도 베일을 벗을 것으로 기대한다.
질병의 극복은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처럼 순차적으로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처럼 암 치료의 전환점이 되는 획기적인 연구 성과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항암제 개발 현장에서…"환자 특성 고려한 맞춤치료시대 온다"
◆ 홍효정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항체치료제연구단 단장
현재 널리 사용하고 있는 항암제는 정상 세포보다 빨리 자라는 암 세포의 특성에 착안해 빨리 자라는 모든 세포를 공격한다.
때문에 모근, 생식세포, 골수 등 세포 분열이 왕성한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탈모, 구토, 백혈구 저하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
게다가 치료 효율도 높지 않다.
연구자들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다. 암 세포의 다른 특성, 예를 들어 암 세포에 특히 많이 나타나는 성장인자 수용체, 과다 발현하는 유전자 등을 다수 찾아냈다.
이를 통해 성장인자 수용체의 작용을 저해하는 물질과 유전자 발현 억제 약물 등 ‘표적치료제’를 속속 개발 중이다.
약물에 대한 반응, 성별, 나이 등 환자 특성을 고려한 ‘맞춤치료’도 앞으로 암 극복에 한몫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맞춤치료의 모델은 10개 정도지만 조만간 수십 개로 늘어나 누구나 맞춤치료를 받을 날도 멀지 않았다.
또 한 가지는 항암제 내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항암제를 항체에 넣어서 투여하면 주사나 경구약제와는 다른 경로로 암 세포에만 약물이 주입될 수 있어 부작용은 줄이면서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투병 현장에서…"의료에 시장원리 안돼…환자에겐 삶"
◆ 강주성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지난해 우리나라 의료는 제도적으로 일정 부분 후퇴했다. 의료급여 환자에게 본인부담을 지우면서 사회보장제도의 하나인 의료급여제도에 균열이 생겼다.
국민건강보험료가 올랐지만 6세 미만 아동과 병원 식대에 대한 환자들의 부담은 오히려 늘었다. 이 모든 것이 의료제도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
여기에 노무현 정부는 ‘의료를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키자’는 기치 아래 의료를 시장으로 내몰았다.
의료기관 간 흡수합병을 통해 의료기관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이는 이윤 창출을 위한 과잉진료와 진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국민들의 부담은 증가하고, 저소득층의 의료 접근성이 파괴될 것이 예상된다.
게다가 전망도 밝지 않다. 차기 정부의 보건의료 공약이 영리법인 허용과 민간보험 도입 등 의료 체계의 뿌리는 흔드는 것들 뿐이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특히 암 등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의료는 삶이다. 시장으로 내몰기에는 공익성이 너무도 크다.
국민이 의료에 대해서만이라도 ‘국민의 입장에 선 철학을 세워달라’고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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