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수호지> 처럼 기존 중국 고전에 해설을 붙여 번역하려던 것이 5년에 가까운 창작 작업이 돼버렸네요. 진말한초(秦末漢初)의 사실(史實)에 충실한 <초한지> 란 점이 두고두고 평가받지 않을까요.” 초한지> 수호지> 삼국지>
소설가 이문열(60)씨가 역사소설 <초한지> (민음사 발행ㆍ전 10권)의 첫 두 권을 출간했다. 2002년 3월~2006년 3월 일간지에 연재한 내용에다 한 권 반 분량을 새로 덧붙여 5월까지 완간할 예정이다. 초한지>
하버드대 체류작가 신분으로 미국 보스턴에 체류하다가 지난달 일시 귀국한 이씨는 “9권까지의 원고는 출판사에 넘겼고, 초고를 마친 마지막 권을 다듬어 이달 말 출국 전에 넘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국지> (1988)와 <수호지> (1994)에서 이씨는 평역(評譯)자지만, <초한지> 에선 저자다. 이씨는 “국내 유명 <초한지> 판본들이 원전으로 삼은 <서한연의> 를 검토하다가 이걸 그대로 번역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한연의> 초한지> 초한지> 수호지> 삼국지>
<서한연의> 가 시기상 먼저 나온 <삼국지 연의> 를 모방한 티가 역력한데다, 유방과의 패권 다툼에서 초반 이후 내내 수세에 몰렸던 항우의 전력을 과대 평가하는 등 사실 왜곡이 지나치다는 판단이었다. 삼국지> 서한연의>
이씨는 <사기> 를 원전으로 삼고 <자치통감> <한서> 등을 참고하며 ‘이문열판 초한지’를 새로 썼다. 그는 “하버드대 옌칭도서관의 풍부하고 잘 전산화된 중국학 자료에 톡톡한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서> 자치통감> 사기>
<초한지> 의 두 축인 유방과 항우를 비교하며 이씨는 “유방은 ‘백성에겐 먹는 것이, 군주에겐 백성이 하늘이니 군주가 백성을 먹이는 일은 하늘의 하늘’이라 여긴 실용주의자이고, 항우는 ‘전투에 지면 죽을 테고, 이기면 적의 식량을 뺏으면 된다’며 장수로서 자부심을 앞세운 인물”이라며 “둘을 해석하다보면 현실 정치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말했다. 초한지>
‘이제 더는 시대의 아이들과 불화하고 싶지 않구나’란 책 서문 속 구절에 대해 그는 “지난 2년을 미국에서 보내면서 물리적 거리가 관념적 거리도 만든다는 사실을 실감했다”며 “나와 불화했던 이들의 의견을 참고 인정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초한지> 까지 끝내고 나니 중국 고전을 다시 쓰는 일은 여기서 완결됐구나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1,700만 부가 팔린 <삼국지> 에 버금갈 흥행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지난 10년간 시대 코드를 가늠하기 힘들어지면서 판매에 대한 자신감이 약해졌다”며 “ <호모 엑세쿠탄스> 가 10만 부, 세 권짜리니까 3만 질 남짓 팔렸는데 나로선 참담한 결과”라고 말했다. 호모> 삼국지> 초한지>
올해는 이씨의 환갑이자, 햇수로 등단 30년을 맞는 해다. “실감나기보단 황당하고 난데없다”며 세월에 대한 소회를 밝힌 이씨는 “체류작가로서 마지막 해인 올해는 창작을 멈추고 작가로서 자산을 축적하는,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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