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르 몽콜블 글ㆍ프랑수아 크로자 그림ㆍ김지연 옮김 / 문학동네 발행ㆍ32쪽ㆍ9,000원
저녁 으스름이 나지막이 깔리는 숲. 적막감이 흐르는 가운데 멧돼지와 여우, 토끼와 살쾡이, 스컹크와 담비 등 숲속 동물들이 산을 오른다. 좀처럼 한 자리에 모이지 않는 그들을 산으로 부르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은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
이윽고 산정에 오른 동물들. 여우가 외친다“ 달아, 바위의 심장처럼 어두컴컴한 밤이 되어야 해.””달아 저 하늘 끝으로 굴러가 줘.”스컹크의 구슬픈 목소리가 찬 밤공기를 깬다. “달 따위는 꺼지라고!” 성난 살쾡이는 하늘로 뛰어오른다.
그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것은 어둠을 지키는 밤의 눈, 즉‘달’이다. 조바심이 난 동물들은 서로의 몸 위로 올라서 사다리를 만들어 달을 향해 뛰어오르지만 부질없는 짓. 밤 하늘에 걸린 달은 묵묵부답일 뿐이다.
동화는 달이 뜬 환한 밤이면 사람들이 늑대사냥에 나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늑대가 사라지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 허물어질 것을 우려하는 동물들의 ‘생존권 사수를 위한 연대’를 그리고 있다.
‘인간과 동물은 공존해야 한다’‘생명은 존엄해야 한다’같은 당위적인 주제에도 불구하고‘늑대와 보름달이 친하다’는 서양신화를 응용해 늑대로 하여금 달이 사라지도록 이야기를 전개하는 등 작품 속에 녹아있는 신화적 상상력이 참신하다.
달빛에 빛나는 부리부리한 늑대의 눈, 달을 향해 포효하는 살쾡이의 몸짓 등 다큐멘터리를 주로 그렸던 화가가 선사하는 섬세하고 역동적인 삽화, ‘달은 하나 밖에 없는 눈에 분노나 슬픔을 담고 있다’ 같은 시적인 구절들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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