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폐지를 심각하게 검토하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결국 존치키로 사실상 결론을 내린 데는 상징성과 현실성 두 가지 측면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대북한 퍼주기 부처’라는 비판적인 인식을 보이며 당초 폐지쪽에 무게를 뒀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속에 자리잡은 통일부의 부처특성을 감안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인수위는 역대 어느 정권이든 통일을 민족의 과제로 삼아왔던 만큼 이를 상징하는 통일부를 폐지할 경우 통일에 대한 새 정부의 목적의식과 가치관에 대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또 통일부를 폐지하더라도 대북 협상 및 접촉 창구가 필요한 만큼 통일부가 지닌 인적 인프라와 대북 접촉 노하우를 포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된다.
인수위는 남북교류협력사업을 분야별로 각 부처에서 맡고 외교부가 총괄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안정적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체제와 비교할 때 일의 효율성이 불확실한 점도 인수위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간 대북 단일 창구역할을 하던 통일부 대신 별도의 창구를 내세울 경우 북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도 미지수다. 새 정부의 대북노선에 대해 관망중인 북측이 통일부 폐쇄를 ‘반통일 정책’으로 규정하고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정치면에서도 여권이 대북포용정책을 통한 남북관계 발전을 정치적 업적으로 삼는 상황에서 통일부 폐지는 대통합 민주신당과 민주당의 강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인수위도 통일부 폐지로 인해 정부조직 개편안 전체가 국회에서 발목이 잡힐 상황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새 정부가 국제관계 및 국제적 공조를 우위에 두고 남북관계를 설정하고 있는 이상 통일부 위상은 남북 경제협력 및 교류의 실무ㆍ집행 기구 역할로 축소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10년간 통치권자의 대북포용정책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며 남북관계와 안보정책을 주도해온 통일부의 기존 위상을 바라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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