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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이 그림은 왜 비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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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이 그림은 왜 비쌀까'

입력
2008.01.08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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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시카 도시 지음ㆍ김정근 조이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318쪽ㆍ1만3,000원

생존 작가 중 가장 작품값이 비싼 미술가 대미언 허스트(43). 그 이유를 물으면 예술지상주의자들은 “작품이 훌륭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지만, 이 책의 저자는 생각이 다르다.

“허스트의 작품을 ‘싹쓸이’ 구입해 화제를 불러모은 광고계의 거부 찰스 사치가 그를 띄워줬기 때문”이라는 것. 어떤 시장에서나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선 ‘마케팅’과 작전이 필요한 법이다.

독일의 국제기업 간부이자 미술자문가인 저자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지배되지 않는 미술품의 독특한 가격 결정 원리를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분석한다. ‘세상에 단 한 점뿐인 상품’이라는 미술품의 특성은 투기, 호황, 과대포장이라는 근본원칙에 따라 거래된다. 예부터 미술품의 값을 좌우하는 요소는 작품의 질이 아니다.

누가 그의 작품을 샀는가-재벌이나 거물인사에게 작품이 팔린 작가는 순식간에 ‘뜬다’-, 그의 작품이 미술관에 소장되거나 전시된 적이 있는가-미술사의 영원한 천국인 미술관에 전시되면 작품값은 치솟는다-, 작가가 어떤 신화를 갖고 있는가-미국 중산층 출신의 장 미셸 바스키아가 불운한 흑인 영웅을 상징하게 된 것을 보라, 따위가 훨씬 중요하다.

“명백한 품질 측정 척도가 없는 미술시장에서 대부분의 구매자들은 취향을 선도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작품을 기준으로 삼고”, 사람들이 사는 것은 “작품이 아니라 작가라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매력은 목차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난다.

19세기까지 재고번호 300번을 달고 루브르박물관 수장고에서 잠자고 있던 ‘모나리자’가 어떻게 세계 최고의 그림이 되었는지, 비싼 작품이 역사적으로 평균 이하의 수익률을 낸 이유는 무엇인지, 싸구려였던 반 고흐의 그림은 어떻게 최고의 명화가 되었는지, 왜 뉴욕이 미술시장의 중심이 되었는지 흥미진진한 얘기들이 그득하다.

그러나 목차의 모든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다소 난삽한 이 책의 한계다. 원제는 ‘과대선전! 예술과 돈(Hype! Kunst und Geld)’.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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