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역도 56㎏이하급에 출전한 ‘작은 거인’ 전병관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역도 사상 올림픽 첫 금메달. 하지만 한국역도는 이후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한국역도에 새 희망을 선사한 이는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25ㆍ고양시청)이었다. 장미란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최중량급(75㎏이상급)에서 스물 한 살 앳된 얼굴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전병관 이후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이자 여자역도 사상 올림픽 첫 메달이었다.
더 이상의 징크스는 없다
값진 은메달이었지만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훨씬 컸다. 당시 장미란은 합계 302.5㎏으로 탕공홍(중국)에 7.5㎏ 앞서 금메달을 목전에 뒀다. 코너에 몰린 탕공홍은 용상 3차 시기에 나서며 장미란이 든 무게보다 10㎏ 무거운 중량을 신청했다. 성공하면 금메달은 탕공홍의 몫이었다. 탕공홍은 일단 바벨을 머리위로 들어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몸을 정지하는 데는 실패했다. 실격판정이 내려져야 했지만 심판들은 합격에 손을 들어줬다.
오승우 여자역도대표팀 감독은 “아테네 때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깬다”고 말한다.
장미란은 지난해 도하아시안게임에서도 불과 4㎏ 차로 금메달을 놓쳤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이어 최근 3차례 종합대회에서 모두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종합대회 징크스’에 위축될 만도 하지만 장미란은 자신감에 차있다. “마음을 비우고 평소 훈련하던 대로만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당연한 말이지만 이론의 여지가 없는 정답이다.
세계선수권 3연패의 기세를 잇는다
지난해 9월말, 장미란은 한국 역도사에 큰 획을 그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 한국역도 사상 첫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한 것. 장미란이 들어올린 무게는 합계 319㎏(인상 138㎏, 용상 181㎏)으로 세계 타이기록이었다.
장미란은 금의환향 후에도 훈련에 매진했다. 올림픽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휴식이란 있을 수 없었다. 11월12일부터 19일간 강도 높은 전지훈련에 몸을 맡겼다. 훈련지인 푸젠성 역도 트레이닝 센터는 다름아닌 중국에 위치해있었다. 바벨을 들어올리는 두 팔에 힘이 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에서 돌아온 장미란은 9일 만에 다시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번엔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에서 보름동안 비지땀을 쏟았다.
오 감독은 “잇따른 전지훈련을 통해 좌우 다리 근육의 불균형 문제도 거의 해결됐다”며 “감이 좋다. 국민들에게 반드시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솽솽을 넘어라
장미란이 올림픽 첫 금메달을 따내기 위해서는 중국의 무솽솽을 꺾어야 한다. 무솽솽은 최근 매 대회마다 장미란과 접전을 펼쳤다. 전적은 장미란이 3승1패로 앞선다. 하지만 둘은 2005년 도하 선수권, 2006년 산토도밍고 선수권, 지난해 치앙마이 선수권까지 모두 같은 중량을 들었다. 몸무게가 덜 나가는 장미란이 3차례 다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전력차는 거의 없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는 무솽솽이 근소한 차로 장미란을 밀어냈다.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최중량급 금메달의 유력한 후보는 장미란과 무솽솽이다. 장미란은 확실한 승리를 위해 합계 330㎏(인상 140㎏, 용상 190㎏)을 목표로 중량훈련을 하고 있다. 330㎏은 자신이 보유한 세계 타이기록(319㎏)보다 11㎏을 더 올린 중량이다.
여자역도 7체급 가운데 국가당 4체급만 출전할 수 있는 올림픽 규정 까닭에 중국이 최중량급을 포기하고 경량급에 ‘올인’할 가능성도 있지만 장미란은 신경 쓰지 않는다. “무솽솽이 나오든 안 나오든 상관없어요.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잖아요.”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 올림픽 전문 사이트 분석/ "한국, 올림픽 9위… 중국은 2위 할것"
‘한국은 9위, 중국은 2위’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이 종합순위 톱10 수성과 중국의 1위 달성 실패라는 예상이 나왔다. 올림픽뉴스 전문웹사이트 ‘어라운드 더 링스(Around the Rings)’는 이탈리아 출신 국제경기력 분석가인 루치아노 바라의 베이징올림픽 예상 메달 전망을 소개하면서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양궁 태권도 수영 역도 유도 5종목에서 총 8개의 금메달로 종합순위 9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은 올림픽에 걸린 4개의 금메달 중 3개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이한 점은 루치아노 바라가 한국이 올림픽 6연패를 달성한 여자개인전에서 이탈리아 선수의 우승을 예상한 점. 바라가 이탈리아 출신이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수영의 박태환(19)은 금메달과 동메달 하나씩을 따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종목인 남자 자유형 400m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200m에서도 동메달 획득을 예측했다.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켜야 할 태권도에서는 여자 67kg급과 57kg급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낼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선수권을 3연패한 여자역도 장미란도 어렵지 않게 금맥을 캐낼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개최국으로 사상 첫 아시아권 우승을 노리는 중국은 이번에도 미국의 벽을 넘지 못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중국이 금38, 은25, 동26개에 그친 반면 대회 4연패 달성에 나서는 미국은 금47, 은24, 동27개로 중국을 어렵지 않게 따돌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기범 기자 kiki@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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