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창조력은 폐경기 여성의 열정으로부터 나온다. 여성은 30세에 형성되고, 40세에 변화하며, 50세에 완성된다.” 칼럼니스트 박어진(59)씨는, 만사가 시들해지던 갱년기 초입에 여성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의 이 말에 감전된 이후 변화한 삶을 살고 있다.
동네 아기 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불법 체류 여성들의 상담자 역할을 하는 등 사회화의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은 물론 혼자 노래방 가서 스트레스 풀기나 고3 아들에게 일요일 저녁 설거지 시키기 등 통념 깨기도 시도했다.
그가 최근 그런 자신의 생각을 모아 <나이 먹는 즐거움> 이라는 책을 냈다. ‘좌충우돌 갱년기 보고서’라는 부제까지 붙였다. “문자 그대로 풀자면 새로운 해라는 ‘갱년(更年)’의 참의미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었어요. 영혼이 불타 오르는 시기로 갱년기를 묘사한 일본 영화 <다마모에> 는 최근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예요.” 영화의 주인공들은 뒤늦게 한국어 글쓰기의 불이 붙은 자신의 모습과 흡사했다. 다마모에> 나이>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영자신문에서 11년, 미국 대사관에서 17년을 근무했다. 한국말로 한번도 기사 쓴 적이 없던 그는 이후 신문사와 인연이 닿아 1995년부터 <박어진의 여성살이> 등의 제목으로 한 달에 한번 꼴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박어진의>
글쓰기는 자기 이해의 길을 열어 주었다. “법적으로는 서로 다른 성씨지만 외할머니_엄마_나_딸을 관류하는 여성성의 힘을 글 쓰며 확인했어요.” 본문 중 <외할머니> 라는 제목의 글을 가장 아끼는 이유다. 외할머니>
“글쓰기가 그 동안 막연히 느꼈던 억울함, 분함,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는 암담함, 우울을 날려 보냈습니다. 유학도 안 가고, ‘된장 영어’를 28년 동안 우려 먹고 산 데 대한 미진함 역시.” 그는 그것을 가리켜 자기 치유 과정이라 했다. “제 글이, 갱년기를 통과하는 이들에게 외로움은 혼자만 겪는 게 아니라는 위로의 메시지가 됐으면 합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찍지 않은 유권자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는 거죠. 그렇게 못 하겠다면, 우리 여성 유권자들과 함께 소주 한잔 마시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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