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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문화계 새별 예감] <4> 뮤지컬배우 홍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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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문화계 새별 예감] <4> 뮤지컬배우 홍광호

입력
2008.01.08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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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뮤지컬 <스위니 토드> 출연을 앞둔 배우 박해미와의 인터뷰를 위해 무대 뒤 분장실을 찾았을 때 그가 한 배우를 가리키며 “앞으로 주목해야 할 후배”라고 귀띔했다. 갓 입학한 중학생처럼 머리를 바짝 깎은 이 배우는 너무 평범해 분장실을 빠져 나온 기자의 기억에서 쉽게 지워졌다.

하지만 튀지 않는 외모의 그를 <스위니 토드> 공연 무대에서 찾아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뛰어난 노래 실력은 물론이고 능청스러운 연기로 조역인 토비아스를 주인공 못지않은 인상적인 캐릭터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그가 바로 뮤지컬 관계자들이 2008년 유망주로 단연 1순위에 꼽는 홍광호(26)다.

2002년 뮤지컬 <명성황후> 런던 웨스트엔드 공연의 앙상블로 뮤지컬계에 첫발을 내디딘 홍광호는 2006년 군 제대 후 <미스 사이공> 에서 크리스와 투이의 커버 배우(주인공이 무대에 서지 못할 때 대신하는 배우)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곧 이어 창작뮤지컬 <첫사랑> 의 주인공 해수 역을 따낸 그는 지난해 <스위니 토드> 이후 뮤지컬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단 네 작품만의 일이다. 지난 여름 월간지 <더뮤지컬> 이 뮤지컬 전문가 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가장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배우’로 꼽히기도 했다.

“주인공은 딱 한 번 맡았을 뿐인데 관심 있게 봐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인걸요. 사실 <스위니 토드> 오디션 때는 제가 경력도 짧고 어려서 심사위원들이 토비아스를 맡겨도 좋을지 망설였다고 해요.”

대학 생활에 재미를 못 느껴 참여한 <명성황후> 오디션에서 운 좋게 출연 기회를 얻었고, 참여만 시켜주면 좋겠다 생각했던 <미스 사이공> 에선 예상치도 못한 커버 배우를 맡게 됐다고 했다. 운명론자 같은 대답은 배우를 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도 계속됐다.

“제가 중학교 때 좀 놀았거든요.(웃음)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방황하는 모습을 본 누나가 예고 진학을 권했죠. 예고에 다니면 머리를 기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누나의 충고를 따랐는데 그곳에서 제 평생의 목표를 발견했어요.” 연기에 막연한 관심을 갖고 있던 홍광호는 당시 노래 지도를 맡았던 남경읍, 조승룡 등 선배 배우들이 던진 “노래에 재능이 있다”는 한 마디에 진로를 정했다. 뮤지컬이 아니면 평생에 할 일이 없을 것만 같았다고 한다.

그의 올해 첫 스케줄은 뮤지컬이 아닌 영화다. 록밴드의 이야기를 담은 조승우 주연의 영화 <고고70> 에 출연한다. 뮤지컬로 유명세를 얻은 후 영화나 TV로 활동 영역을 옮겨 가는 케이스는 아닐까 궁금했다.

“어유, 어떻게 시작한 뮤지컬인데요. 그리고 이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데 그만둘 리 없죠. 뮤지컬은 죽을 때까지 할 겁니다. 다만 겹치기 출연이나 다작을 피하고 싶어서 촬영을 마친 후 다시 뮤지컬에 출연할 생각이에요.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스프링 어웨이크닝> 을 포함해 하고 싶은 작품이 얼마나 많은데요.”

단문형 대답으로 일관하던 내성적인 성격의 홍광호는 연기 철학을 밝히는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흔히 활발한 배우에게 ‘끼가 많다’고 하지만 오히려 조용한 선배 연기자들의 모습에서 내 미래를 본다”면서 “묵묵히 에너지를 축적한 배우야말로 무대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단호한 그의 말투에서 뮤지컬 전문가들이 홍광호를 주목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관객과 타협하지 않되 관객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배우가 되겠다”는 그의 말이 현실이 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 내가 본 새 별, 홍광호/ 노래에 담은 감정연기 탁월…내면의 힘 돋보여

첫인상은 그저 앳된 외모의 후배일 뿐이었지만 2006년 뮤지컬 <미스 사이공> 에 함께 참여하면서 홍광호의 진가를 알게 됐다. 당시 내가 맡은 엘렌의 남편이자 남자 주인공인 크리스 역의 마이클 리가 목소리 이상을 호소해 커버 배우 홍광호와 같이 연기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

그는 단순히 음역대가 높은 차원을 넘어 감정이입도 탁월해야 하는 크리스의 노래를 훌륭히 소화했다. 평범한 외모지만 타고난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기에 홍광호는 주인공 뿐 아니라 어떤 캐릭터에도 어울리는 배우로 성장하리라는 확신이 든다.

20대 중반임을 고려할 때 나이 대에 어울리지 않는 느림의 미학을 갖춘 것도 홍광호의 장점이다. 처음엔 ‘어린 친구가 왜 저럴까’ 싶을 정도로 느린 말투와 행동이 낯설었지만 그런 절제가 바로 집중력 있는 노래를 하는 비결인 듯하다. 스타나 연예인이 아닌 무대에 서는 배우는 자기만의 철학과 정신력이 없으면 상처 받고 흔들리기 쉽다. 홍광호는 어리지만 철학이 뚜렷하고 내면의 힘이 확실한 배우다.

노래하는 사람이자 한 사람의 배우로서 어떻게 감성을 표현할 것인가에 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민하는 이가 홍광호다. 지금처럼만 노력한다면 분명 명배우로 성장하리라 본다. 다만 나이에 비해 너무 성숙한 게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편식하지 말고 여러 가지 역할에 도전해 보길 바란다. 워낙 좋은 색깔을 갖고 있는 배우인 만큼 다각도의 시도와 도전 속에서 그 색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김선영ㆍ뮤지컬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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