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보고에서 대입 제도 개혁 못지 않게 강조한 부분이 바로 ‘교육부의 기능 축소’다.
특수목적고 지정 등 사실상 교육부가 사전 규제 권한을 갖고 있던 초ㆍ중등교육 관련 업무를 시ㆍ도 교육청으로 전면 이양하겠다는 내용인데, 이는 곧 교육관리 시스템의 대폭 개편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경우 중학교 과정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의무교육 현실에서 공교육 부실을 조장할 가능성도 커 논란이 예상된다. 이는 특히 “고교 형태의 다양화를 통해 사교육을 잡겠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구상과도 배치되는 대목이다.
▲ 정부 공교육 포기 논란 일듯
새 정부에서는 초·중등교육을 책임지는 시·도교육감의 권한이 대폭 확대된다. 일반적인 학사운영 권한은 물론 교육과정 편성 등 교육부가 쥐고 있던 핵심 기능까지 모두 일선 교육청이 맡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개편 방향이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시ㆍ도교육청의 재정 자립도에 따라 업무 수행 능력에 큰 차이가 생겨 도시와 농촌간, 예산이 넉넉한 지자체와 그렇지 못한 지자체간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당장 사회적 논란이 첨예한 특목고 관련 문제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001년 외국어고 등 특목고 설립 인가 및 해지 권한을 각 시ㆍ도 교육감에 이양했으나, 지방자치단체의 설립 요청이 잇따르자 지난해 5월 특목고를 설립할 경우 교육감이 교육부 장관과 사전 협의토록 해 사실상 권한을 회수한 바 있다.
특목고가 ‘특성화된 인재양성’이라는 설립 취지와 다르게 편법으로 운영되고 있어 평준화의 틀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시ㆍ도 교육청에 특목고 관련 업무가 넘어가면 지자체 위상을 빌미로 교육 여건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설립 인가를 남발할 가능성이 커 교육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아직 모든 교육 업무를 떠안을 만한 준비가 안돼 있다”며 “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성을 감안해 공교육 정상화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학업 성취도 공개
교육부가 기초학력 학업성취도의 지역별 결과를 공개하기로 한 것도 논란이다. 공교육의 내실을 기하고 지역ㆍ학교간 격차를 해소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매년 성적을 발표할 경우 지역ㆍ학교별 학력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나 학교 서열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성적 공개가 각 교육청 및 학교에 학력 신장을 위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우수 학생들이 고교 진학률 등을 보고 학교를 선택하게 돼 고교 등급제를 금지하고 있는 평준화의 근간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교육부가 그 동안 정보 공개를 거부해 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교원 신분 문제와 관련, 정원 책정 및 임용 등 기능을 시ㆍ도 교육청에 이관하기로 한 방침 또한 교육 현장의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인력 운용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지만 인사철마다 인사를 둘러싼 잡음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학교 형태 다양화도 험로
이에 따라 새 정부가 추진할 공교육 강화의 핵심인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성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당선인은 ‘자율형 사립고’ 100곳과 전문계 특성화고인 ‘마이스터고’ 50곳, ‘기숙형 공립고’ 150곳 등 다양성을 가진 300개의 고교를 임기 내에 설치해 연간 30조원에 육박하는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으로 흡수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러나 권한 이양으로 인한 양극화 논란과 함께 벌써부터 교육관련 시민ㆍ사회단체에서는 ‘신 입시명문고의 출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추진 과정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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