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화려할 수 있었을까. 28일 폐장하는 2007년 한국 증시는 오랜 휴지기를 끝내고 시뻘건 용암을 다시 내뿜기 시작한 활화산과도 같았다. 활황장세를 바탕으로 올 한 해 쏟아진 숱한 증시 기록들을 숫자로 정리해 본다.
■ 2,000
1월2일 1,435.26으로 출발한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불과 7개월 만에 500포인트 넘게 치솟아 7월25일(2,004.22) 대망의 2,000선을 넘어섰다. 1980년 100으로 출발한 뒤, 89년3월 1,000을 찍은 지 무려 18년여 만의 사건이었다. 올 한해만도 사상최고치를 무려 51번이나 갈아치운 결과, 2,064.85(10월31일)라는 신기록도 세웠다. 이제 우리 증시는 고질적인 저평가 시각을 떨쳐내고 선진 증시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 300조
주식, 채권 등을 합친 전체 펀드 설정액 규모가 12월12일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했다. 1등 공신은 간접투자 바람을 타고 폭발적으로 늘어난 국내외 주식형 적립식 펀드.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올해만 1.5배 가까이 불어나 11월초 역시 역사적인 100조원을 넘어섰다.
저축에서 투자로의 재테크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한 펀드는 당분간 급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립식 펀드를 통해 증시로 몰려든 개미들의 힘은, 외국인들의 매도공세 속에서도 주가를 떠받친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 1,000조
아무리 키가 훌쩍 자라도 몸집이 없으면 볼품없기 마련. 주식시장의 덩치를 나타내는 시가총액도 올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친 시총은 지난해 말 776조7,240억원에서 26일 현재 1,055조1,770억원으로 35.85% 급증했다. 상장종목도 81개 늘어난 1,941개에 코스닥 상장사는 10월1일 1,000개사를 돌파했다. 연간거래량과 거래대금도 각각 지난해에 비해 17.96%, 45.23% 급증했다.
■ 3,112%
올해도 숱한 급등락 종목이 명멸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수혜주라는 재료로 코스닥업체 이화공영의 주가는 12월7일, 연초 대비 3,112%나 폭등했다. 이후 다시 폭락, 현재 600%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화공영은 이 당선자와는 일면식도 없는 기업. 보이지 않는 작전세력에 ‘묻지마’투자가 함께 빚어낸 결과였다.
전반적인 활황세 속에 26일 기준으로 올 최고 ‘대박주’는 코스피에서 인수합병(M&A) 호재로 급등한 대한화재(944.44% 상승), 코스닥에서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LED) 전구를 개발한 화우테크(1,116%)가 차지했다.
■ -24조
국내 증시가 치솟는 동안, 외국인은 줄기차게 차익을 챙겨 나갔다. 올들어 27일까지 외국인이 순매도한 주식은 24조7,277억원 어치로 역시 사상 최대규모다. 외국인은 포스코와 삼성전자, 현대차, 두산중공업, SK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이익을 챙겼다. 지나친 ‘팔자’세에 우려도 나오지만 한단계 올라선 우리 증시 수준에 맞춰 보유비중을 조정하는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반면, 펀드 자금으로 무장한 기관과 올해 최고의 ‘사자’세를 보인 개인이 외국인의 매도에 흔들릴뻔 한 주가의 버팀목이 됐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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