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제품 경쟁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금형, 사용자 편리성(UIㆍUser Interface), 소프트웨어, 최종 마무리 등에서 뒤지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해 7월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2007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서 이 같이 진단했다. 이 전시회는 미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혁신 제품들의 개념을 제시하는 한편,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에서 디자인과 UI 등의 비교에 중점을 둔 행사였다. 이 회장의 이 날 냉혹한 평가는 삼성전자가 소프트 파워 경쟁력 강화에 더욱 전력 투구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 획기적인 결과물들이 2008년 1월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가전전시회) 2008’에서 공개된다. 삼성전자는 이 전시회에서 와인잔 모양의 ‘보르도LCD TV’ 디자인을 버리고 혁신적 디자인의 차세대 LCD TV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새롭게 선보일 LCD TV는 보르도의 유선형 디자인과는 차별화 하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공용될 수 있는 프리미엄급 디자인을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삼성전자는 일찍이 디자인 경영을 선포하고 소프트 파워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디자인 부문에 주목해 왔다. 디자인의 명품으로 꼽히는 보르도 LCD TV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덕분에 2006년 보르도 TV로 글로벌 마켓에서 빅히트, TV사업 진출 34년 만에 세계를 제패했다.
지난해에는 보르도 스타일의 TV에 전면부 뿐만 아니라 후면, 테두리 등에 흑진주의 고급스런 느낌을 고광택 블랙 프레임으로 표현하고, 파란색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품격을 한층 높인 2007년형 보르도로 다시 한번 세계 TV시장의 흐름을 주도했다. 심지어 이를 모방한 짝퉁 보르도까지 등장해 골머리를 앓았을 정도였다.
TV뿐이 아니다. 새로운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떠오르고 있는 프린터 부문에서도 지난해 9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프린터 모델을 내놓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모노 레이저 프린터(ML-1631K)는 두께가 일반 레이저 프린터의 3분의 2 수준인 12㎝에 불과하다. 모노 레이저 복합기('SCX-4501K)의 두께도 16.5㎝로 얇다. 고광택 블랙을 입히고 프린터로는 드물게 터치 버튼을 적용, 조작을 편리하게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08년에는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TV를 비롯한 모든 제품군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디자인을 채택해 또 한번 세계 소비자들을 놀라게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앞선 디자인과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2008년을 마케팅에서 신기원을 여는 원년으로 만들 계획이다. 특히 8월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과거 10년간 고수해온 스포츠 마케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단순히 ‘브랜드 알리기’를 넘어 중국인의 사랑을 받는 중국의 ‘공민기업(公民企業ㆍ국민기업) 삼성’으로 거듭나기 위해 ‘중국 현지화’에 적극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것. 또 신흥시장인 인도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08년은 디자인과 마케팅 전략 모두에서 경쟁사와의 차별적인 삼성의 역량을 한껏 드러내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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