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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동일건설 고대용 사장 "대운하에 지방 중소 건설업계 사활 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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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동일건설 고대용 사장 "대운하에 지방 중소 건설업계 사활 걸렸어요"

입력
2008.01.02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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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내 손으로 직원을 자르는 일이 없어야지요. 한반도 대운하도 건설한다니 아무래도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세밑인 31일 경북 문경시에서 만난 동일건설 고대용(50) 사장의 얼굴은 어둠의 긴 터널을 방금 빠져 나온 듯 지친 모습이었다. 고 사장이 일군 동일건설은 연 매출 80억원 대로 경북 문경에서 가장 큰 건설회사이지만, 경북에서는 도급순위 60~70위권의 전형적인 중소 건설업체다.

그에게 2007년 정해년(丁亥年)은 그 어느 해보다 견디기 힘든 한해였다. 그는 "죽기살기로 버티던 많은 건설업체들이 도산했는데 그나마 살아있는 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야지요"라고 헛헛한 미소를 지었다.

MF 때보다 어려웠던 2년

지방 건설업체들이 달려온 2007년 한해는 그야말로 '죽음의 레이스'였다. 사상 최대 미분양으로 자금난이 심각한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의 발주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게다가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마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동일건설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 사장은 "수도권과 대도시 건설업체들은 2007년 들어 미분양이 쌓이면서부터 어려웠다지만, 우리 같은 중소업체에게 불황은 이미 2년 전에 시작됐다"고 말했다. 1995년 회사 설립 이후 무차입 경영을 해왔고 외환위기 때도 오히려 직원 수를 늘렸던 그에게 최근 2년간은 악몽이나 마찬가지였다.

2006년 말 48명의 정규직원 중 18명을 자신의 손으로 내보내야 했고, 2007년엔 문경지역 토목ㆍ건설 발주 물량이 30%나 감소해 회사 규모는 더욱 줄어들었다. 2004년 100억원에 육박했던 연 매출도 2007년 80억원 대로 급감했다. 더욱이 모래와 철근 값은 10% 이상 올랐고, 레미콘과 덤프트럭 등 건설기자재 가격도 20% 가까이 급등해 직원들 월급주기도 빠듯하다.

앞으로는 더 걱정이다. 고 사장은 "전국적으로 하수도 배관 교체 및 하천 개ㆍ보수 등 낙후시설 기반공사가 거의 완료돼가는 시점이라, 새로운 일거리가 없다는 것이 지역 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새 정부에 거는 마지막 희망

그래도 새해 희망까지 접지는 않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지방 건설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마지막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문경은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교통 요충지인 탓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에 거는 기대가 남달랐다.

고 사장은 "해방 이후 경북 북부지역은 고속도로 사업 외에는 대형 국책사업이 전무했던 대표적인 소외지역으로, 문경만 해도 1970년대 20만명을 헤아리던 인구가 최근 7만6,000명으로 줄었다"면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지역 경제에 커다란 활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환경문제로 한반도 대운하 계획이 축소될 수 있다는 예상에 대해 "지금 이곳에는 돈벌이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대운하로 물류가 오가고, 관광명소가 돼 사람들이 찾아와야만 주민들이 입에 풀칠이라도 하고 살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사장의 새해 소망은 소박했다. "대운하든 뭐든, 지방 경기가 살아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서 내 손으로 직원들을 내보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경제를 중시하는 정부가 들어섰으니 예전보다 먹고 살기가 좋아졌다는 말이 나온다면 금상첨화겠지요."

글ㆍ사진 문경=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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