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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잃은 최요삼 가슴 뭉클한 일기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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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잃은 최요삼 가슴 뭉클한 일기 공개

입력
2008.01.02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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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냄새가 싫고 내일이 두렵다. 그저 내가 원한 건 평범하게 사는 것이었다.”

뇌수술 후 나흘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프로복서 최요삼(34·숭민체육관)의 가슴 뭉클한 일기가 28일 공개됐다. 최요삼이 지난해 여름부터 25일 타이틀 방어전 직전까지 틈틈이 쓴 일기에는 마음의 상처와 권투를 하면서 느낀 공포감, 소박한 소망 등이 담겨 있다.

작년 7, 8월 어느 날 최요삼을 괴롭힌 것은 1999년 라이트플라이급 세계챔피언이 된 직후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였다. 그는 “나를 버리고 간 사람들이 너무나 생각난다. 권투도 나를 버릴까. 내 가슴 속에 상처가 너무나 많이 있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라고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방어전 일정조차 잡기 힘들었던 지난날의 고통을 표현했다.

플라이급 한계 체중(50.8㎏)을 맞추기 위한 감량의 어려움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는 작년 8월 9일자 일기에 “운동을 쉬면서 60㎏ 이상 불어난 체중을 줄여 54㎏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고 적기도 했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는 특유의 뚝심으로 살아왔지만 최요삼에겐 실패의 두려움과 외로움이 어느 누구 보다 컸다. 그는 2002년 4차 방어전에서 패한 뒤 2003, 2004년 2년간 3차례나 타이틀 획득에 실패해 또 다시 질 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다.

그런 날에는 “얼마남지 않았다. 또 패장이 될 것인가. 한계를 느끼고 있다. 너무나 오래 쉬어 자신이 없어진다. 내일이 두렵다”며 “오늘은 잠이 오질 않는다. 외로움이 너무 무섭다. 너무나. 더 외로워야 할까” 고 일기를 썼다.

최요삼은 이런 심적 고통을 누구와도 공유하지 못한 채 스스로의 반성과 자책으로 이겨내야 했다. “냉정하지 못했다. 한번 더 생각하는 현명한 사람이 되자. (경기가) 40일 정도 남았다. 밀리면 죽는다는 벼랑 끝 승부라고 생각하겠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를 도울 것이다. 가자, 가자, 가자.”

하지만 최요삼이 원한 건 챔피언 벨트와 돈, 명예가 아니었다. 그는 “저 푸른 초원 위에 예쁜 집을 짓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일기에 담았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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