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戊子)년 바둑계 새 아침은 한중일 여전사들의 출정을 알리는 우렁찬 진군 나팔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새해 벽두인 3일에 조혜연(7단)과 루이나이웨이가 제9회 STX배 여류명인전 결승 3번기 제1국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것을 시작으로 7일에 중국 항저우에서 한중일 3국의 낭자군이 단체로 겨루는 제6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이 개막된다. 이어 14일부터는 역시 중국 베이징에서 박지은(8단)과 루이나이웨이가 제1회 원양부동산배를 놓고 진검 승부를 벌인다.
◇여류 명인전 = 지금까지 8회가 진행되는 동안 루이가 무려 6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조혜연은 지난 4회부터 7회까지 4년간에 걸쳐 루이와 타이틀 매치를 벌였는데 5기 때 한 번 우승을 차지했고 3번 준우승을 했다.
지난해에는 이다혜(3단)가 루이에 도전했다가 0대2로 패했다. 조혜연은 올해 여류명인전 본선 승자조에서 이다혜에 져서 패자조로 밀렸다가 다시 부활, 도전권을 따냈다. 루이는 현재 여류국수전과 여류기성전까지 국내 3대 여류 기전을 모두 석권하고 있다. 과연 조혜연이 루이의 ‘반상 독재’를 종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원양부동산배 = 중국이 주최하는 여자 국제 기전이다. 지난해 대리배에서 우승한 박지은이 다시 세계 정상에 도전한다. 상대는 루이나이웨이. 조혜연이 루이와 주로 국내 기전에서 대결한데 반해 박지은은 국제 기전에서 루이와 자주 만났다.
지난 2001년에는 흥창배서 져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2004년 개인전으로 진행됐던 제2회 정관장배 준결승전에서 루이를 누르고 올라가 결국 우승까지 차지했다. 또 작년 대리배서도 역시 준결승전에서 루이를 이겼다. 특히 박지은이 이번에 원양배서 우승할 경우 국내 여성 기사로는 최초로 9단 승단의 영광을 안게 돼 귀추를 모은다.
한편 루이로서도 2003년 제1회 정관장배 우승 이후 4년 만의 세계 정상 도전이어서 팽팽한 접전이 예상된다. 이 대회는 중국룰이 적용돼 덤이 7집반이다.
◇정관장배 = 2005년부터 단체전으로 바뀐 후 계속 중국이 우승하다 지난해 이민진(5단)이 막판 5연승을 거두는 대활약에 힘입어 한국이 처음으로 우승했다. 올해는 지난해 수훈 선수 이민진이 시드를 받았고 예선전을 거쳐 박지은(8단)과 이하진(3단)이 다시 출전권을 따냈다. 김세실(2단), 이슬아(초단)는 첫 출전이다. 조혜연(7단)은 개인 사정으로 예선에 출전하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해 국가 대표 감독 마샤오춘과 예선전 출전 문제로 마찰을 빚어 불참했던 루이나이웨이가 올해 출전하게 돼 전력이 크게 강화됐다. 판웨이징(2단) 탕이(2단) 송롱후이(초단) 왕판(초단) 등 나머지 4명은 모두 신예급 기사로 선발전을 통해 뽑혔다.
탕이는 작년 9월 벌어진 전국개인전 여자부에서 우승했고 판웨이징은 제11회 삼성화재배 본선에 올랐었다. 2006년 전국개인전에서 우승하면서 입단한 송롱후이와 2005년 전국 개인전 준우승을 한 왕판의 활약 여부가 승부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일본은 지난 대회에 출전했던 아오키 기쿠요(8단), 야시로 쿠미코(5단), 가토 게이꼬(5단), 만나미 카나(4단)가 다시 나오고 작년 여류기성전에서 우승한 우메자와 유카리(5단)가 가세했다. 여류 명인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가토와 지난 대회에서 3연승을 거둔 만나미가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관장배는 농심배와 마찬가지로 한중일 3국이 번갈아 겨루는 연승전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번 항주에서 벌어지는 1라운드는 7일 개막식에 이어 8일부터 11일까지 네 판이 치러진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0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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