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의 2008년은 지난 2년과는 전혀 다르다. 2006년과 2007년은 현대ㆍ기아차가 안팎 악재로 위축된 시기였다.
무자년인 올해는 ‘방어경영’이 아니라 국내외 경영환경에 적극 대응하는 ‘공세경영’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를 위한 여건들이 충분히 무르익고 있다. 우선 올해 글로벌 전략거점의 생산ㆍ판매 네트워크 구축이 마무리 시점에 들어간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프리미엄 제품들도 잇달아 출시된다. 현대ㆍ기아차는 이를 바탕으로 치열한 세계 경쟁에서 생존과 지속성장을 위한 숙제인 고급 브랜드 도약에 본격 도전한다.
소비자들이 기왕이면 BMW나 벤츠 브랜드를 공유하고 싶어하는 현실을 더 이상 한계로 남겨둘 수 없다는 판단이다.
현대ㆍ기아차의 브랜드는 물론 글로벌 수준에 가 있다. 브랜드 전문가들은 하겐-다즈, 구글, 화이자처럼 ‘발음하기 어렵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사례’로 현대차를 빠뜨리지 않는다.
지난해 브랜드 컨설팅그룹 인터브랜드는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업계 8위인 44억5,300만달러로 매겼다.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 독일의 포르쉐, 일본의 닛산보다 앞서는 순위다.
그러나 현대차는 2010년까지 세계 유명 메이커와 동급 수준인 5대 브랜드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우디, 폴크스바겐, 포드를 제치고 적어도 혼다 수준은 되어야 만족스럽다는 분위기다.
이를 위해 현대ㆍ기아차는 정몽구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브랜드 운영위원회와 실무위원회를 통해 브랜드 관리와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마케팅 역량을 강화해 브랜드 이미지를 혁신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현대ㆍ기아차에게 올해 전망은 나쁘지 않다.
연초부터 빅뉴스들이 대거 기다리고 있다. 이 달 3일 기아차의 야심작인 후륜구동 방식의 대형 SUV 모하비가, 8일에는 현대차 최초의 프리미엄 카인 제네시스가 출시된다. 5월에는 현대차 중국 제2공장 가동을 계기로 현지시장 판매 회복에 나선다.
또 6월에는 미국에서 제네시스와 모하비가 동시 판매에 돌입한다. 같은 달 JD파워의 현대차 신차품질지수(IQS) 개선의 낭보도 예상된다.
IQS는 2006년 도요타를 제치고 3위까지 급등한 뒤 작년에 일부 차량 문제로 12위로 추락했지만, 상위권 재도약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 판매의 질이 도요타에 근접한 점은 이런 기대를 높이 있다. 미국 내 현대차 판매량은 45만대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이는 가격할인을 시장평균보다 적게 하고 얻은 것이라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현대ㆍ기아차는 내부적으로도 자신감에 차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출시 한달 전 언론과 신용평가회사 등 전문가들에게 공개하는 도박을 감행했다.
잘못하면 수 천억원을 투입한 신차가 출시 전부터 실패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사전 마케팅의 배경은 자신감이었다.
정 회장의 행보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읽혀진다. 정 회장은 이 달 2년 만에 신차 출시회에 참석하는 등 특유의 현장경영에 돌입한다.
그러나 현대ㆍ기아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데 꼭 뒷받침될 요소로 노사화합이 꼽힌다. 올해 공세경영에서 노사관계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될 수도, 아니면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양날의 칼’과 같다.
가령 현지시장에 맞는 신차종 출시와 같은 글로벌 생산과 판매를 구동하는 힘이 여기에 있다.
더구나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업체들의 본격 견제와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노사 모두 머뭇거릴 시간이 많지 않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태규 기자 tgl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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