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이 매일 아침 느낄 수 있는 사소한 행복을 다뤘기 때문이 아닐까요.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것이라는 메시지에 독자들이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매일 우리 이웃의 따스한 이야기를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전달하는 ‘TV 동화-행복한 세상’을 책으로 꾸민 박인식(39ㆍ사진) KBS PD는 프로그램의 장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001년 4월 처음 전파를 탄 이래로 1,600회 이상 방영됐으며 방송내용을 책으로 엮은 동화집은 2002년 3월 1권을 시작으로 샘터사에서 모두 6권이 나왔다. 이번에 출판된 6권은 2005년 11월 4일부터 지난해 11월19일 방영분(1,001~1,329회)가운데 55편을 추렸다.
백혈병에 걸려 머리카락이 빠진 누나를 위해 야한 생각을 많이 하면 머리카락이 빨리 자란다는 속설이 있다며 야한잡지를 사모은 동생, 시집 식구들의 비위를 맞춰주느라 명절증후군을 앓는 며느리에게 깜짝 선물을 안겨주는 시어머니, 시각장애인 죄수들에게 점자책을 읽어주고 수화를 배운 교도소장의 부인 등 일상의 감동을 주는 잔잔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동화의 아이디어는 대부분 독자들의 투고를 통해 받는다. 글쓰기에 서툰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투고 대신 전화로 이야기해주기도 해 그럴 때는 30,40분씩 수화기를 붙들고 있기 일쑤다.
1,600편 가까이 만들어진 만큼 기억에 남는 사연도 많다. “살아 생전 할머니에게 효도를 못해 죄책감에 빠져있던 한 30대 손녀가 우울증까지 앓았으나 그 사연을 저희에게 털어놓고 치료가 됐다는 편지를 보냈지요. 나중에 기념행사 때 만나봤는데 제 손을 꼭 잡고 ‘더 열심히 살겠다’고 하더라구요”
IMF 구제금융시대의 끝 무렵인 2000년 가을 시작돼 팍팍한 현실에 상처받은 이들을 위무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데는 “사람과 함께 사람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최고의 낙(樂)”이라고 여기는 그의 믿음이 관통하고 있기 때문 일 터이다.
그는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도 노력해서 극복하는 사람들, 능력이 부족해도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사는 사람들 등 슬프고 처지는 이야기보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들을 더 많이 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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