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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리프, 혼미정국의 '핵' 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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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리프, 혼미정국의 '핵' 으로

입력
2008.01.02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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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암살로 야권의 또 다른 한 축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에 맞선 야당 세력이 샤리프 전 총리로 집중될 가능성이 커 그의 선택에 따라 파키스탄 정국 혼란의 수위가 결정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샤리프 전 총리의 영향력과 입지가 강화된 측면이 크다. 무샤라프에 맞서온 야권은 부토의 파키스탄인민당(PPP)과 샤리프의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_N), 군소야당으로 나뉘어져 엇박자 행보를 보였다.

야권이 한 때 반 무샤라프 연대를 구성해 집단 총선 불참을 추진했지만, 무샤라프와의 권력 분점을 협상해온 부토 진영이 총선 참여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총선 보이콧은 무산됐다.

부토의 죽음으로 인해 결국 무샤라프와 야권의 완충대가 사라진 셈이어서 샤리프를 중심으로 한 야권과 무샤라프 간 대립이 한층 선명해진 것이다. 샤리프 전 총리는 부토 암살 직후 즉각 총선 불참과 전국적인 총파업을 촉구하며 “무샤라프가 존재하는 한 자유 선거는 불가능하다.

그가 모든 문제의 근원인 만큼 즉각 퇴진할 것은 요구한다”며 무샤라프를 더욱 압박하고 나섰다. 정국 주도권을 잡은 그가 야권 세력을 규합, 반 무사랴프 투쟁의 강도를 높일 경우 무샤라프 대 반 무사랴프 간 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도자를 잃은 PPP가 새 지도자를 추대한 뒤 동정적 지지여론을 얻어 야권의 세력 균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PPP 의원인 아이트자즈 아산이 부토의 후계자로 떠오르고 있지만, 부토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상황에서 새 지도자의 정치적 비중은 크게 떨어진다.

샤리프 전 총리의 입지가 커짐에 따라 미국이 어쩔 수 없이 샤리프를 부토의 대안으로 택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극심한 정국 혼란으로 파키스탄이 자칫 이슬람근본주의 세력에 넘어가는 것보다는 그나마 세속주의 세력인 샤리프가 차선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샤리프가 무샤라프와는 양립 불가능한 관계인데다, 보수적인 이슬람 색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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