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캐나다 태양의서커스단의 대표작인 ‘퀴담’은 서커스를 현대적인 공연으로 탈바꿈해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난도 묘기와 상상력이 가득한 내용으로 관람객을 매료시키는 이 작품은 현재 단원 3,000명, 12개의 상설공연, 17개의 투어공연이라는 거대한 규모로 성장해 연간 1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 게임기는 원래 남자 청소년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닌텐도가 내놓은 DS라이트는 이런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여성과 중ㆍ장년층까지 찾는 게임기가 됐다. 비결은 간단한 사용법. 화면에 입력용 펜으로 직접 쉽게 글씨나 숫자를 써넣으며 게임캐릭터와 놀 수 있다. 더구나 음성 입력이나 무선 랜을 통한 대결 기능도 있어 친구들끼리 게임을 즐길 수 있다.
#3 삼성전자의 보르도 LCD TV와 LG전자의 초콜릿폰은 고객의 감성을 휘어잡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 제품들이다. 와인잔 모양을 형상화한 보르도 TV는 2년 연속 삼성에게 세계 TV시장 제패의 영예를 안겼고, 검고 투명하면서도 깔끔한 이미지의 초콜릿폰은 출시 2년 만에 1,500만대가 팔려LG전자를 ‘프리미엄 휴대폰 제조사’로 거듭나게 했다.
‘소프트 파워’가 경쟁력인 시대가 도래했다. ‘하드 파워’라 할 수 있는 기업의 자산이나 매출 규모 등 외형적인 측면보다는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는 창의력, 디자인과 브랜드 파워, 사용자 편리성(유저 인터페이스), 콘텐츠 등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새로운 개념의 문화ㆍ예술사업 부문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범용화해 가는 기존 상품을 참신한 기획력으로 재탄생 시키고, 고객의 잠재된 욕구를 간파해 새 시장을 창출하며, 기업 내 유ㆍ무형 자산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려는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한국기업들에게 소프트 경쟁력 강화를 통한 차별화 시도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최근 소프트 파워의 핵심역량으로 꼽히는 디자인은 미적 우수함 뿐만 아니라 사용상 편리함까지 고려한 인텔리전트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삼성의 울트라 슬림폰이나 LG의 프라다폰, 애플의 아이폰 등이 대표적. 이들 제품은 작은 스크린과 키패드, 한정된 콘텐츠 등 그간 불편했던 점을 극복하기 위해 넓은 스크린, 키패드를 없앤 터치 스크린, 무선인터넷 등의 기능을 채용한 과감한 디자인을 시도해 성공을 거뒀다.
브랜드 가치가 기업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커지고 있다. 글로벌 제조사 간의 기술적 격차가 줄어든 상황에서 브랜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급성장해 기업 규모에 걸맞은 브랜드 가치를 형성하지 못한 중국 기업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브랜드 가치 창조에 더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지난해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한국기업은 3개, 중국 기업은 5개가 포함돼 있지만 경제규모에 비해 아직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국내 기업들은 브랜드 가치 향상을 통해 중국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개별 기업들은 제품 경쟁력 차별화를 위해 음원, 지도 제작업체 등 다양한 서비스 업체들과 손잡고 컨텐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사실 글로벌 전자ㆍ정보통신 기업에서 소프트 관련 사업이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증가 추세다. 미국의 HP의 경우 시스템 및 기술 유지ㆍ보수 컨설팅, 리스, 금융지원 등을 하는 HP의 서비스 부문은 PC, 프린터에 이어 이 회사에서 세 번째 큰 매출(2006년 기준 156억 달러) 규모를 자랑한다. 글로벌 넘버 원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도 온라인 음원 및 게임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애플도 콘텐츠 및 음원사업을 하고 있다.
소프트파워 강화 전략 마련이 중요한 것은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국내의 경우 그 동안 골몰해 온 덩치 키우기 경쟁이 한단계 마무리되고 이제는 브랜드 경쟁력 제고, 영업기법 향상, 맨파워 키우기를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로 진입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금융 기법이나 정보력, 경험 등에서 선진 글로벌 업체에 뒤지는 국내 금융 관련 기업들은 먼저 홈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린 뒤 국내 제조 기업들과의 연대 및 해외 동반 진출을 통해 한국식의 경쟁력 있는 새 영업 모델을 창출해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한창수 수석 연구원은 “소프트 경쟁력 강화를 통한 차별화는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중요한 과제”라며 “특히 애플 구글 등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창의적인 혁신으로 탁월한 경영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구성원의 창의성 발휘를 지원하고, 이를 경영성과로 연결시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프트 파워(soft power)란
군사력이나 경제 제재 등 물리적인 힘인 하드 파워(hard power)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강제력보다는 매력, 명령이 아닌 자발적 동의에 의해 얻어지는 능력을 말한다.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조지프 나이 교수가 처음 사용했다.
21세기 세계는 부국강병을 토대로 한 하드 파워, 즉 경성(硬性)국가 시대에서 탈피해 문화를 바탕으로 한 소프트 파워, 곧 연성(軟性)국가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주장. 문화는 인간의 이성 및 감성적 능력의 창조적 산물과 연관된 모든 분야를 통칭한다. 이 개념은 최근 경영에서도 쓰이면서 창의력, 디자인, 브랜드 파워, 사용자 편의성 등을 의미한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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