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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본격 진출 하나은행 김종열 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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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본격 진출 하나은행 김종열 행장

입력
2008.01.02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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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은 이랬다. '웅비를 품고 중국 땅에 발을 딛었지만 시장은 이미 강자들이 접수하고 있었다. 브랜드 인지도도, 경쟁할 무기도 없는 상태.

은행이 내세울 전략은 적들보다 예금이자는 높이고 대출이자는 낮춰 고객을 유인하는 것인데 중국은 은행 자의로 금리를 결정할 수 없는 구조. 과연 누가 애송이 신규 외국계 은행에게 돈을 맡기겠는가.' 그래서 그는 경험을 스승으로 삼았다.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27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 개점식을 기념해 연 기자간담회에서 "1994년 부산지점장으로 내려갔을 때 부산 전역에 하나은행이 정말 하나밖에 없었다. 아무도 하나의 존재를 몰랐다"며 회고했다.

당시 그가 택한 책략은 '인(人)의 고리'. 지역의 VIP나 여론 주도계층을 움직일 역량이 있는 인재를 뽑고, 그들로 하여금 네트워크를 형성토록 해 '돈이 아닌 마음을 거래하는' 이미지를 덧씌워 브랜드를 알렸다. 그는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접근한 네트워크가 풍성해지자 장사가 쉬워졌다"고 말했다.

13년 뒤 그는 이를 중국시장에 적용할 참이다. 그래서 최고의 고객만족 서비스와 중국의 거부(VIP)를 상대로 한 프라이빗뱅킹(PB)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예금과 대출금리가 고정돼 가격경쟁이 불가능하고, 소매금융 서비스 개념이 미약한 중국에서는 신속한 컨설팅과 정성어린 자산관리(WM)가 관건"이라고 역설했다. 중국에 진출한 다른 국내 은행과 달리 현지 직원 비율을 높게 잡은 것(70~80%)도 인적 네트워크를 보강해 고객 밀착형 영업을 하겠다는 복안에 따른 것이다.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겠다는 구상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현재 중국 점포가 7개에 불과한 상황에서 3만개의 점포를 거느린 현지 은행과 싸워 이긴다는 건 불가능해 선택과 집중이 필수"라며 "자산가와 자금 여력이 있는 중소기업이 중국 전체 인구의 3%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인구와 맞먹는 만큼 이들 중 0.5%만 끌어와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또 중국의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대출 신장에 제약이 있는 만큼 외환이나 수출입 등 수수료 수입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중국 이외의 해외진출에도 '인(人)의 가치'를 최우선 순위로 둔다. 골드만삭스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골드만삭스의 강점은 딱 두가지, 사람과 정보다. 시간과 투자가 받쳐주지 않으면 절대 골드만삭스를 따라갈 수 없다. 해외 진출 및 영업을 하려면 그 나라의 문화 역사 등을 알아야 한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급선무인데 현재 150억원에 불과하다. 이를 1,000억원까지 늘려 능력 있는 직원도 키우고, 외국인 직원(현재 20~30명)도 2,000명까지 늘려야 한다."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전술도 갖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등 리스크 관리와 현지화가 가능한 지역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메이저, 인도 등 현지 네트워크가 미비한 곳은 마이너, 유럽 남미 등 영업기반이 전혀 없는 곳은 지분참여 방식이다.

그는 "두바이와 영국 러시아 필리핀 대만 등 순차적으로 16개국에 해외영업 기반을 확충하겠다"며 "올해 말 지주사 총자산의 2.5%(현 기준 40억달러)인 해외자산을 내년 말에는 5%(90억달러), 2010년에는 10%(200억달러)로 끌어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국 현지법인 설립은 '고객의 재산을 늘리는 대신 마음을 뺏겠다'는 웅비의 첫걸음인 셈이다.

베이징=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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