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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의의 미디어 비평] 결혼도 하기 전에 '허니문' 떠나버린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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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의의 미디어 비평] 결혼도 하기 전에 '허니문' 떠나버린 언론

입력
2008.01.02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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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전후로 언론은 새 정부와 대통령에 대해서 매우 호의적인 자세를 견지하는데, 이를 가리켜서 밀월관계 혹은 허니문이라고 한다. 허니문 중이다 보니, 상대의 단점보다는 장점이 눈에 들어오고, 남의 눈에는 곰보로 보이는, 얼굴에 패인 자국도 내 눈에는 보조개로 보이는 법이다.

근래의 보도태도를 보면, 언론은 새 대통령 당선자와의 밀월관계에 푹 빠져 있는 듯하다. 새 대통령 당선자가 탄생하던 19일 저녁, SBS는 출구조사를 바탕으로 개표 시작 후 1시간 30분 만에 감히 ‘당선’이라는 표현을 자랑스럽게 사용했으며, 모든 언론은 이명박 당선자의 득표율이 48.7%이며 투표율이 63%라는 사실은 덮어버리고, 단지 차점자인 정동영 후보와의 득표차만을 강조하는 편향된 보도태도를 보였다.

SBS처럼 ‘감동적인’ 당선자의 일대기를 소개하는 것도 좋고 매일경제처럼 ‘이명박 효과’를 외치는 것도 좋다. 그러나 공무원 감축계획이 이미 수립되어 있는데 당선자에 의해서 공무원 감축이 시행될 것처럼 보도하는 등의 태도는 취재 없는 보도이며, 줄 서기의 전형으로 보인다.

허니문은 언젠가는 끝나게 마련이다. 밀월관계가 지나쳐 권언유착으로 간다면 이건 패착이다. 언론과 정부사이에는 적당히 긴장감이 흐르고 언론은 비판의 날을 세워야 제격이며 때에 따라서는 협조적인 동반자의 모습도 보여야 한다.

언론과 정부 혹은 대통령사이의 관계설정은 크게 밀월관계, 건전한 긴장관계, 적대적 관계로 대별될 수 있으며, 언론학자들은 건전한 긴장관계를 언론과 정부사이의 이상적인 관계로 간주한다. 언론이 정부와 수권자인 대통령에 대해서 비판적 동반자로서 존재하는 것이, 언론의 순 기능을 극대화하는 길이며 국민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밀월관계를 넘어 권언유착으로 표현되던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시절에, 언론이 언론의 제 기능을 상실하고 국민을 호도한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며, 대통령을 적대국의 대통령쯤으로 간주하던 노무현 대통령시절에는 언론이 정부 정책의 앞길을 가로막았으며 국민을 호도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대통령의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고 비난거리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와 같았던 언론은 노 대통령만 붕괴시킨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이성적 판단도 침몰시킨 일면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악의 실정은 부동산 정책이 아닌 언론과의 관계 설정이었다.

언론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얼마나 효력이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비아냥거리며 국민들의 부동산 투기 심리를 자극했었다. 이는 결국 사후약방문격인 부동산대책과 맞물려 부동산 자산 버블을 크게 더 크게 만들었다. 정부와 국민사이의 언로가 오염되어서, 정부는 국민의 소리를 듣지 못했으며, 국민은 정부의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다.

새 정부와의 관계에서 언론이 또 다시 이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언론은 비판적 보도태도를 유지하되, 여론의 조정자라는 자신의 역할을 가지고 권력자가 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정부에 아첨하여 권력을 얻으려 해서도 안 된다.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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