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통신업체 KT의 고민이 바뀌었다. 그동안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등 사람들이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면 새해부터는 ‘무엇’을 보여줄 지 내용에 대한 고민을 한다.
결국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승부를 판가름하는 것은 콘텐츠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T는 인터넷TV(IPTV)인 ‘메가TV’를 중심으로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 초고속인터넷으로 제공할 각종 콘텐츠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KT는 우선 총 400억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비를 책정했다. 이 비용은 콘텐츠 관련 외부펀드에 참여하거나 직접 작품을 발굴해 제작하는 형식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이미 영화제작을 위한 싸이더스FNH 베넥스 영상투자조합 1호와 게임 펀드인 바이넥스트 투자조합에 각각 40억원과 30억원 등 총 70억원을 투자했다.
자본 투자 외에 직접 제작을 위한 콘텐츠 시장 진출에도 관심이 많다. 2005년 11월에 영화제작사인 싸이더스FNH의 지분 51%를 인수한데 이어, 2006년에는 연예기획사 올리브나인의 지분 19.68%를 인수했다. 콘텐츠 펀드가 단기 투자를 위한 것이라면 제작사 인수는 중장기적으로 콘텐츠 분야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싸이더스FNH에서 제작하는 영화는 극장 개봉 후 메가TV 등 KT의 뉴미디어 서비스에 우선 공급할 방침이다. 이 같은 목적으로 ‘용의주도 미스 신’ ‘트럭’ ‘킬미’ 등 다수의 영화들이 제작을 마쳤거나 준비중이다.
올리브나인도 마찬가지. 박광현, 박한별이 주연한 4부작 드라마 ‘커블 브레이킹’을 비롯해 ‘왕과나’ 제작과정을 담을 동영상을 메가TV에 독점 공급한다. 또 소속 연예인을 활용해 맛있는 음식점을 소개하는 ‘스타맛집’ 프로그램 역시 메가TV 전용 콘텐츠다. KT는 이처럼 배타적인 콘텐츠 공급을 통해 경쟁사들과 차별화한다는 구상이다.
뿐만 아니라 콘텐츠 유통 전문 법인도 설립할 계획이다. KT는 위성방송업체인 스카이라이프와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과 함께 콘텐츠 유통 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70억원을 들여 지난해(2007년) 말이나 올해(2008년) 초에 설립될 콘텐츠 유통법인은 국내외 드라마, 영화, 오락물 등 메가TV에 공급할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게 된다. KT는 향후 콘텐츠 유통법인의 자본금 규모를 200억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여기에 디지털 콘텐츠 공모전을 개최해 숨어있는 콘텐츠를 발굴할 예정이다. 매년 2~3월에 개최하는 디지털 콘텐츠 공모전은 총 4억원의 상금을 걸고 시나리오, 기획, 영상제작 등 6개 분야에 걸쳐 응모작을 받는다. 초등학생부터 중ㆍ장년층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모전을 통해 KT만의 독자 콘텐츠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우수 시나리오는 싸이더스FNH와 올리브나인에서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하게 된다.
이처럼 확보한 콘텐츠는 KT의 3가지 경로를 통해 제공된다. 가장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은 IPTV인 메가TV.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각종 콘텐츠를 주문형 비디오(VOD)나 실시간으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시네마도 또다른 콘텐츠 유통 경로다. 롯데시네마, 시너스 등 극장 체인과 진행하는 디지털 시네마는 인터넷이나 위성을 통해 영화를 배급한다. 과거처럼 필름을 사용하지 않고 네트워크를 통해 영화를 공급하기 때문에 전국 어디나 동시 상영이 가능하고 항상 손실없는 깨끗한 화질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006년에 100개 스크린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했으며 지난해(2007년) 4월부터 상용화에 들어갔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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