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목 지음ㆍ박정태 옮김 / 굿모닝북스 발행ㆍ399쪽ㆍ1만4,800원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인 퀄컴은 낯선 이름과 달리 의외로 가까운 기업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휴대폰 뒷 부분에 ‘digital by Qualcomm’이라는 작은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퀄컴의 기술을 이용해 휴대폰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국내 휴대폰업체들은 퀄컴이 상용화한 이동통신기술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을 이용하다보니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3조원이 넘는 기술사용료(로열티)를 퀄컴에 지불했다. 얄미우면서도 기술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는 기업이다.
무선통신 분야의 기술자인 데이브 목이 쓴 ‘열정이 있는 지식기업 퀄컴이야기’는 무명 기업에서 연 매출 60억달러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퀄컴의 비결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 소재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인 어윈 제이콥스 등 7명의 기술자가 모여 85년에 만든 퀄컴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기존 업계의 질서를 무너뜨린 와해성 혁신전략 덕분이었다.
창업자인 어윈 제이콥스는 자신이 68년에 설립한 통신기술 컨설팅 기업 링카비트가 80년에 M/A-콤과 합병한 뒤 신제품 개발을 소홀히 하자 동료들과 함께 과감히 뛰쳐나와 퀄컴을 만들었다. 당시 세계 이동통신 시장은 퀄컴이 개발하던 CDMA 방식이 아닌 유럽식(GSM)과 시분할다중접속(TDMA) 방식이 대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퀄컴은 CDMA 기수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고 93년 북미지역 표준으로 인정받았다.
퀄컴은 CDMA 기술 확산을 위해 휴대폰과 통신장비 제조사업을 벌이지만 실패했다. 퀄컴은 여기서 발빠르게 통신용 반도체 생산으로 전환해 재기의 기틀을 마련한다. 결국 미국, 한국 등이 CDMA를 이동통신 표준기술로 채택하면서 퀄컴은 도약하게 된다.
이 책은 실패를 딛고 도약한 퀄컴의 도전정신과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학자들의 의지를 사례 중심으로 보여준다. 특히 생활의 필수품처럼 자리잡은 휴대폰 관련 기술의 발전과정을 흥미롭게 펼쳐 놓아 일반인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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