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청이 어제 처음으로 간부회의를 영어로 진행했다. 내년에도 한 분기에 한 차례씩 1년에 4번 영어로 회의를 하겠다고 한다.
기업이나 대학에서 회의나 강의를 영어로 하는 경우는 봤어도 지방자치단체가 내부 회의를 영어로 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서초구의 슬로건대로 '세계 명품 도시'를 지향하는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하는 이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영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 같다. 이날 회의 상황에서 보듯이 발제자가 미리 준비한 수준의 원고를 들고 읽는 이상의 회의 진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간부회의라는 것은 구정 전반의 문제점을 토의하고 의견을 모으는 자리일 텐데 할 말을 못하는 자리가 어떻게 회의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국ㆍ과장, 동장 등 참석자 60여 명 중 상당수는 입을 뗄 엄두도 못 냈다는데 왜 스트레스를 자초하는지 알 수가 없다.
5급 이상 공무원들은 이 회의를 위해서 6월 3주 동안 매일 일과 후 3시간 30분씩 영어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무슨 행정을 누구한테 서비스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해외 투자를 유치하려면 영어도 잘 하는 고급 전문 인력을 써야 할 것이고, 외국인 구민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려 한다면 외국인 행정 원스톱 센터 같은 곳에 여러 나라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인력을 배치해야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국리민복과 아무 관계가 없고 공무원 자신들부터 괴로운 이벤트성 행정이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많다. 새로 들어설 정부는 실용을 모토로 삼는다는데, 지자체든 중앙 부처든 예산과 시간과 정력을 허비하는 과시성 행정은 과감히 털어 버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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