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푼이 아쉬운 때에 150억원짜리 시설을 폐기하다니…”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하수처리장 시설이 결국 10년만에 고철로 사라진다. 성남시가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백기를 든 것이다.
당초 이 하수처리장은 한국토지공사가 인근 용인시 수지지구를 개발하면서 수지지구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처리하기 위해 1997년 2월 세워졌다. 우선 1단계로 하루 10만5,000톤의 하수를 처리하는 시설을 갖춘 뒤 차츰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분당신도시 확장에 따라 하수처리장 주변 구미동이 개발되면서 입주자들이 시험가동 중이던 하수처리장 폐기를 요구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성남시는 구미동 하수처리장을 가동하지 않는 대신 2011년까지 용인시 수지ㆍ구성지구 하수(하루 10만5,000톤)를 성남시 관할 복정동 하수처리장에서 위탁처리 해주기로 하고 용인시, 토공과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성남시와 용인시는 시설인수 가격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고 결국 경기도의 중재로 성남시가 용인시에 하수처리장 토지 감정가의 50%(95억8,000여만원)를 지급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 와중에 토공은 무용지물상태인 하수처리장의 유지관리비로 매년 2억원씩 모두 20억원을 추가 낭비해야 했다.
시설을 넘겨받은 성남시는 이 시설을 내년에 철거하고 해당 부지에 학교(가칭 구미고등학교)와 공원(오리공원)을 조성하기로 결정, 최근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기계 및 전기설비(구입비 44억원)는 재활용이 어려운 수준으로 낡아 모두 고철로 매각될 예정이다.
이번 사례는 주민 반대로 준공 후 철거되는 첫 환경기반시설이 됐다. 150억원을 쏟아 붓고도 한번도 사용해보지 못한 채 종말을 맞는 하수처리장에 대해 세금을 낸 사람이나 이를 집행하는 시나 누구도 아까워하지 않는 것 같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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