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년 쥐띠 해가 밝았다. 쥐는 12지(支) 중 첫 자리를 차지할 만큼 영리하고 부지런하다. 돼지와 함께 다산(多産)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이런 쥐를 키워 세계무대 평정을 노리는 한 기업이 맞는 새해는 남달라 보였다.
실험용 쥐 생산으로 세계 제패 꿈
지난달 31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오리엔트바이오 연구소. 임상 전단계에서 동물실험을 하는 곳이다. 밀폐 유리문으로 겹겹이 차단된 연구실 한 쪽 방은 실험용 쥐들로 넘쳐났다.
실험용도에 따라 몇 마리씩 분리 보관된 조그마한 쥐들을 바라보는 연구원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투약이후 이상 증세나 행동을 알아차리려면 보통 눈썰미로는 어림도 없다. 주임연구원 서석인(30)씨는 “근무 시간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험용 쥐는 흔히 ‘바이오산업(BT)의 쌀’로 불린다. 쥐가 없으면 어떤 종류의 비임상 실험을 해도 국제 공인을 받지 못한다. 표준 잣대도 없이 실험한 꼴이기 때문이다. 실험용 쥐 생산에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호텔급 쥐 생산공장
회사측이 경기 가평군에 올해 완공한 제2센터는 호텔을 방불케할 정도로 각종 시설이 잘 갖춰진 실험쥐 생산 공장이다. 외부는 콘크리트건물과 흡사하지만 안에는 3중 필터 공조장치, 워터ㆍ에어샤워커튼, 3중 살균실, 4중 필터 급수장치, 온도습도조절장치 등으로 중무장 돼 있다.
외부 바이러스 접촉을 완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먹이는 물론이고 깔개도 수입품이다. 이런 환경에서 생산된 쥐들은 4주 가량 지나면 실험실로 향한다. 소형인 마우스는 마리 당 6,000∼7,000원, 이보다 약간 큰 랫은 1만6,000원 정도에 팔린다.
가평공장 김종현(35) 센터장은 “쥐들은 한 곳에 대소변을 볼만큼 깨끗하고 어려운 약물실험을 잘 참는 인내력도 있다”면서 “75명의 직원들은 실험용 쥐들이 국내 바이오산업 경쟁력의 밀알이 될 수 있도록 꼼꼼히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실험쥐 하나로 130억원 매출
오리엔트바이오는 국내 유일의 국제유전자표준(GIS) 인정 업체다. 실험용 쥐 공급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품질이 뛰어나 국내 실험용 쥐 공급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유전자 변형 쥐를 맞춤 생산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실험 쥐 130억원어치를 판매한 회사측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연 400만마리 생산규모의 제2센터 건립으로 생산단가가 낮아져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내수시장에 전념하고 있지만 세계시장 진출도 눈앞에 두고 있다. 베트남에 원숭이생산센터 건립도 추진 중이다. 제약회사들이 쥐나 토끼를 상대로 실험을 마치면 다음 단계로 통상 원숭이를 거쳐 본격적인 임상실험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세계 실험 원숭이 시장의 50% 점유가 목표다.
위기가 기회로
오리엔트바이오는 시련도 적지 않았다. 1991년 책만 보고 창업했던 장재진(47) 회장은 1년만에 기술 부족을 절감하며 공장 문을 닫아야 했다. 해외유학 후 재창업했지만 때마침 몰아닥친 외환위기 영향으로 휘청거렸다. 하지만 부지런한 쥐처럼 장 회장은 멋지게 재기에 성공했고, 지금은 세계 바이오 재료 시장을 향해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장 회장은 “쥐띠 해를 맞아 국내 바이오 산업을 신 성장동력으로 탈바꿈 시키는 게 꿈”이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미국 기준의 바이오 실험만 통과하면 우리도 얼마든지 미국 시장을 노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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