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픽션보다 논픽션이 더 극적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은 그런 감동이 절정을 이룬 드라마였다. 5개 실업팀에서 뽑은 일당 2만원의 아줌마팀은, 1,000개가 넘는 실업팀에서 선발한 세계 최강의 덴마크팀과 맞붙어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은 그 뼈대에 코믹하고 신파적인 드라마를 덧입힌 상업영화다. 우리>
“애 낳고 3주 만에 경기장에 나가 먹고 살려고 미친 듯 뛰어야 하는” 선수들이 영화의 주인공.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도 빚쟁이에 쫓기고, 옛 연인과의 감정에 흔들리고, 남편과 닭살 애정행각을 벌이는 아줌마들이다. 스크린 속의 터치는 스포츠영화보다 휴먼드라마의 느낌에 가깝다. 그리고, 꽤 재미있다.
임순례 감독과 문소리, 김정은, 김지영. 쉽게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조합이지만 조밀한 호흡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다만 대중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상투성을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는 미지수다. 시도 때도 없이 감정을 증폭시키는 느꺼운 음악은 눈살을 찌푸리게도 한다. 임 감독의 전작들이 소수의 열광과 다수의 무관심을 받았다면, 이번 영화는 소수의 아쉬움과 다수의 감동을 유발할 듯하다. 10일 개봉. 전체관람가.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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