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로 변한 건물.’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직사각형 건물을 유려한 곡선이 살아있는 모래시계로 형상화한다는 발상을.
하나은행 서울 을지로 본점 건물은 지난해 외벽 전체를 녹색과 검은색의 시트지로 감싸는 기발한 기법(래핑 기법)으로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2006년 말에는 건물을 26만개의 초록 리본으로 꾸미는 등 ‘은행=예술’이란 독특한 공식을 이끌어 냈다.
하나은행의 브랜드 전략은 ‘문화 은행’이다. 은행에 대한 고정 관념, 즉 보수적이고 단조롭다는 인식을 파괴함으로써 고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홍보성 문구만 도배된 옥상광고에서 탈피해 신인작가의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거리의 미술관’ 역시 참신한 시도다. 넘쳐 나는 문자의 홍수 속에서 맞닥뜨리는 커다란 그림 한 점은 만남 자체가 아름답다.
무엇보다 ‘하나’라는 브랜드 자체가 차별화와 경쟁력의 주요 골자다. 하나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순수 한글(하나)을 은행 이름으로 결정해 소비자의 뇌리 속에 파고들었다. 이는 ‘오직 손님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여’라는 고객 중심주의 정신으로 자연스럽게 흘러 소비자의 인식 속에 ‘하나’와 소비자의 만족이 일관되게 연상되는 효과를 낳았다. 은행 증권 보험 등 모든 금융 분야가 ‘하나’가 되는 최근 추세에도 꼭 들어맞는다.
독특하지만 친밀한 이름답게 ‘남다른 시도’ ‘신선한 변화’ ‘관행을 깨는’ 하나은행의 정신은 여타 은행의 수치적인 경쟁 잣대를 넘어 다양한 상품 개발과 제도로 이어졌다. 획일적인 1층 점포의 관행을 깬 ‘스카이 점포’와 ‘아침을 여는 은행’, ‘파라솔 은행’ 등 한 걸음 더 고객의 곁에 다가갔다. 이처럼 건실하게 자리잡은 하나은행의 브랜드 파워는 유로머니, 파이낸스 아시아 등 각종 외부기관으로부터도 호평을 이끌어냈다.
영업력 향상과 인재 양성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맞춤 상담 및 판매 절차를 통해 고객에게 전문화한 고품질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SEP(Salesforce Effectiveness Program)를 추진 중이고, 고객관계관리(CRM)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시스템 개선도 하고 있다. 고객에 대한 배려가 소프트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직무별 전문성 강화, 자기계발 마일리지 제도, 자발적 학습조직(CoP) 활성화, 글로벌 역량 확대 등도 하나은행이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경쟁 은행보다 적은 인원으로 자본시장 통합이 몰고 올 무한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것이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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