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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다' 소통은 막히고 편견은 춤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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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다' 소통은 막히고 편견은 춤추고…

입력
2008.01.02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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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한 남자가 얼마 전 결혼한 여자에게 “첫날 밤 어땠냐”고 묻는다면 반응이 어떨까. 또 여자들을 앞에 두고 “난 누구 몸매가 좋다”고 말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국제화 시대를 맞아 한국인과 외국인의 소통을 위해 제작한다는 방송 프로그램들이 오히려 외국인 여성에 대한 편견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KBS 시청자 위원회는 최근 <미녀들의 수다> 출연자 중 한 명인 우즈베키스탄 출신 여성 자밀라의 출연을 반대의견을 냈다. 자밀라가 시종일관 남성의존적이고 섹시미로 일관하는데다 자밀라를 매개로 벌어지는 남성 패널들의 반응이 여성을 외모로 평가하는 가치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자밀라는 애교를 강조하는 목소리로 남성과 대화하고, 섹시함을 강조하는 동작들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미녀들의 수다> 문제는 자밀라 개인 탓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외국인 여성들이 본 한국의 모습을 통해 한국과 외국인들의 소통을 돕겠다던 프로그램의 취지가 변질돼‘외국인 미녀’ 들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전락했다. 남성 게스트들은 여성 패널의 외모를 평가하고, 여성 출연자에게 “야동을 본 적이 있느냐” “남자와 MT에서 따로 나와 뭘 했느냐”는 식의 질문을 쏟아낸다.

외국인과 한국인이 서로 이해하기 보다는 외국인 여성에 대한 성적 편견을 부추기는 셈이다. 외국인 출연 여성들이 바라본 한국에 관한 이야기들은 묻히기 일쑤다. 출연자의 외모를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는 프로그램에서 “한국의 여성 옷 사이즈는 너무 적다. 마른 여성만 선호한다” 는 지적이 주의를 끌리 만무하다.

SBS <일요일이 좋다> 의 ‘사돈 처음 뵙겠습니다’ 역시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동남아 여성에 대한 편견이 프로그램의 감동을 훼손시킨다는 지적이다. 농촌 총각과 결혼한 동남아 여성의 부모를 한국 시댁과 만나게 하는 ‘사돈 처음 뵙겠습니다’ 는 매 회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진행 도중 한국에 시집오고 싶다는 동남아 여성에게 “아들 많이 낳을 수 있냐”고 묻고, 동남아 여성이 한국에 적응하고 있다는 증거로 ‘일 잘하고 시부모님 잘 모시는 것’을 내세운다. 동남아 여성과의 국제 결혼이 자칫 농사일과 시부모를 모실 ‘일꾼’ 을 구하기 위한 것으로 비춰질 만한 내용이다.

만일 한국 여성이 주인공이었다면 전근대적인 여성상을 강조한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TV 칼럼니스트 정석희씨는 “<미녀들의 수다> 와 ‘사돈 처음 뵙겠습니다’는 국제화 시대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필요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들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것 아닌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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