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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만드는 태릉 선수촌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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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만드는 태릉 선수촌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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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2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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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잠에서 덜 깬 표정의 선수들이 하나 둘 운동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몸은 천근만근 같지만 경쾌한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을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초롱초롱한 눈빛이 돌아와있다.

대망의 2008년을 닷새 앞둔 지난 12월27일, 11종목 263명의 선수들이 운집해있는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산실’ 태릉선수촌을 찾았다.

발 디딜 틈 없는 월계관

총 158종 742점의 훈련기구에는 각 종목 선수들이 다닥다닥 붙어 비지땀을 쏟고 있었다. 오전 중 가장 붐비는 곳이 체력단련장인 월계관이다.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백진국(66㎏급)을 필두로 한 레슬링 자유형 선수들은 역도 선수들이나 들 법한 육중한 바벨과 씨름을 하고 있다.

박장순 감독은 “자유형에서는 92년 이후 올림픽 금메달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가까운 중국에서 열리는 만큼 선수들이 ‘안방’이라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경기를 잘 치를 것”이라면서 “기필코 금맥을 캐내겠다”고 말했다.

반팔 차림의 남자유도 선수들도 젖 먹던 힘까지 짜내기는 마찬가지. 올해 세계선수권 우승(73㎏급) 등으로 ‘한국 유도의 희망’으로 떠오른 왕기춘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하지만 안병근 감독은 “이름값에서는 이원희, 왕기춘이 앞서지만 다른 체급 선수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며 “1개 이상의 금메달을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래도 훈련은 계속된다

한겨울 같지않은 따뜻한 날씨였지만 양궁장에는 곳곳마다 난로가 ‘풀 가동’되고 있다. 남녀 각각 8명의 선수들은 실내에서 비닐 벽에 난 구멍 사이로 시위를 당겼다. 힘찬 팔 동작과 매서운 눈매에서는 세계 정상의 자부심이 묻어나왔다.

최강 전력을 보유한 만큼 게으름을 피울만도 하지만 선수들은 밤늦게까지 양궁장의 불을 밝혔다. 끊임없는 집중력 훈련으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터득하기 위해서다. 대표팀은 이 달 21일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나 다음달 16일까지 담금질에 들어간다.

훈련스타일은 다르지만 목표는 하나

필승 B체육관의 레슬링장. 문을 열자마자 그레코로만형 선수들의 거친 함성과 땀냄새로 귀와 코가 마비된다. 매트에는 머리를 맞대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선수들이 보이고 그 뒤로는 순식간에 밧줄을 타고 천장까지 오르는 선수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은 1976년 몬트리올부터 지난 대회까지 7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한 종목. ‘가자! 베이징올림픽 8연속 금메달 획득을 향하여!!’라는 큼지막한 플래카드는 그러한 자신감을 대변했다. 이를 악물고 밧줄을 오르내리던 정지현(60㎏급)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해 베이징을 태극기로 물들이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무엇보다 ‘힘’이 생명인 만큼 훈련 강도도 어마어마하다. 새벽 안개가 가시기도 전 동료를 어깨 위에 올리고 뛰는 ‘메고 달리기’로 몸을 풀고, 오후에는 불암산 구보로 하체를 단련한다. 얼굴은 일그러지고 입에서는 단내가 나지만 아른거리는 올림픽 시상대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한다.

비슷한 시각, 개선관 2층에서는 남자기계체조 선수들이 한창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레슬링장에서의 ‘험악한’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지만 긴장감 속의 아슬아슬한 연기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맏형’ 양태영은 아테네올림픽에서 억울한 판정으로 금메달을 뺏긴 터라 이번 대회를 맞는 각오가 남다르다. 양태영은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모든 역량을 쏟아낼 것”이라며 입을 악다물었다.

‘오빠’들이 훈련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여동생’들은 기초훈련을 받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난 11월 신규대표 선발테스트를 통해 대표팀에 발탁된 12명의 여자기계체조 선수들은 눈앞에 닥친 대회보다 미래를 향해 힘찬 날갯짓을 준비하고 있었다. 12세부터 15세까지로 구성된 앳된 선수들의 다부진 표정은 한국 스포츠의 밝은 앞날을 예고하는 듯했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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