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평론가 마셜 오이어백(Marshall Auerback)은 수년 전 미국 경제가 '블랑슈 뒤부아(Blanche Dubois) 경제'로 전락했다고 진단했다.
블랑슈 뒤부아는 테네시 윌리암스의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여주인공으로, 오이어백은 미국경제가 타락하고 정신이 붕괴되어 가는 여주인공의 운명과 같다고 경고했다.
금융 뉴스레터 '데일리 레커닝'을 창간한 빌 보너와 애디슨 위긴은 '빚의 제국'(2005년)에서 미국 경제는 붕괴되지 않기 위해 주변의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저축해놓은 돈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은 급속도로 미국이라는 고용자에게 독점적으로 물건을 파는 회사가게(company store)가 되고 있고, 미국은 이제 생활의 근간, 더 나아가 영혼까지도 빚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을 거대한 '빚의 제국(empire of debt)'으로 추락시킨 사람들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87년 이후 2005년까지 세계 금융의 마에스트로로 각광받았던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꼽히고 있다.
레이건은 감세와 규제 완화 등 공급중시 경제정책(레이거노믹스)으로 미국 경제를 부흥시킨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취임 당시 1조 달러였던 재정적자를 2조7,000억달러로 부풀렸다는 점에서 중천에 떠있는 경제를 석양의 경제로 떨어뜨리는 나쁜 유산을 남겼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FRB 의장 시절 인플레 없는 장기호황을 구가하는데 결정적인 지휘자 역할을 해왔다는 칭송을 받고 있는 그린스펀은 2000년 이후 2005년까지 인플레이션보다 낮은 대출금리를 유지하는 팽창적 신용공급 정책을 구사했다.
싼 금리를 바탕으로 신용을 무제한적으로 공급하면서 미국인들이 저축 대신 소비에 탐닉하게 되고, 부동산투기 열풍을 부채질했다는 점에서 '위대한 사기꾼'이라는 비아냥도 받고 있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 대출) 문제로 미국 경제가 휘청거리는 것도 확장적 신용공급의 부작용이 곪아 터진 것으로 풀이된다. 파티가 과격해지기전에 술병을 치워야 했다. 하지만 그린스펀은 오히려 싱긋 웃으며 술병을 들고 술통으로 향해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정책(MB노믹스)도 감세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세금폭탄 논란을 가져온 부동산세금 인하와 법인세 감면, 유류세 인하 등이 제시되고 있다. 참여정부가 약탈적 세금정책과 반시장적 정책을 남발, 민심이반이 심각한 점을 해소하려는 조치들로 해석된다.
세금 인하는 가처분소득을 늘려 저축증가→투자확대→소득증가→소비증가 등의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감세만 하고, 정부지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환란 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재정 적자를 악화시킬 수 있다.
레이건의 감세정책이 과감한 정부지출 축소 없이 이뤄지면서 재정적자가 급증한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뼈를 깎는 재정 지출 감축을 동반하지 않는 감세는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가 공공부문 혁신을 통해 한해 20조원을 줄이겠다는 방안은 일단 긍정적이다. 감세와 건전재정은 힘들지만 같이 가야 하는 두개의 수레바퀴와 같다.
이의춘 경제산업부장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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