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27일 KT의 프로야구 참여가 공식화된 후 “그래도 아직 첩첩산중”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신상우 총재도 이날 기자회견 중 “KT와 전체적인 윤곽에서 합의를 이뤘을 뿐 아직 실무적인 알맹이는 도출하지 못했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KT가 프로야구에 첫 발을 내딛기까지는 산적한 과제가 많다. 우선 KBO와 KT 모두 내부적으로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KBO는 1월 초 정식 이사회와 구단주 총회를 열 예정이다. KT가 회원사로 가입하기 위해선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구단주 총회에서 재적회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신 총재는 27일 기자회견에 앞서 8개 구단주, 구단주 대행들과 전화 통화를 갖고 양해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벌써부터 일부 구단들은 야구단 헐값 매각과 KT의 서울 ‘공짜입성’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서울 연고팀인 LG와 두산은 “KT가 지불해야 할 보상금 27억원씩을 면제 받은 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BO의 한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서울 팀들을 설득하는 게 KT하고 협상하는 것보다도 더 어려울 것 같다”고 고민을 털어 놓았다.
KT도 1월 초 7인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열어 프로야구단 창단에 대한 의결을 거칠 예정이다. 절박한 처지에 놓인 KBO가 워낙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상황이어서 KT 노조나 이사회는 현재 프로야구 참여에 크게 반대를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1월 중 법인설립, 팀 명 및 엠블렘 결정 등 본격적인 구단 설립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KT의 목동구장 사용도 풀어야 할 문제다. 내년 시즌 당장 서울로 입성하는 KT는 2010년 고척동 하프돔이 완공되기 전까지 목동구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목동구장은 현재 철거중인 동대문구장의 대체구장이어서 아마야구의 반발이 예상된다.
난지도에 야구장이 2면 조성됐고, 내년 2월까지 구월 정수장과 신월 정수장에 볼파크가 완공되지만 관중석이 300석 정도에 불과해 아마추어 전국대회를 치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대한야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KT가 목동 구장을 사용한다면 아마야구는 어디서 하란 말이냐”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KT가 기존 현대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할 경우 퇴직금을 누가 부담할지도 문제다. 지난 1월 KBO와 농협중앙회가 양해각서 체결 직전 협상이 깨진 직접적인 이유도 퇴직금 때문이었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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