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의 소프트파워는 다국적 기업이란 점에 있다. 르노삼성은 프랑스의 르노와 일본의 닛산, 그리고 한국의 르노삼성이 한곳에서 뭉쳐 탄생했다. 이질적이고 상이한 세 나라의 경영 마인드와 기업문화가 적절히 융합되어 새로운 기업문화를 창출해 낸 것이다.
이 기업문화에는 한국 삼성의 우수한 인적자원, 프랑스 르노의 혁신적인 경영마인드, 닛산의 기술경쟁력이 접목되어 있다. 필요한 장점은 되살리고, 불필요한 것은 버리는 식이다. 가령 국내 완성차 업계 중 유일하게 비노조, 무분규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 르노삼성에서 노사 대립이나 파업이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르노삼성은 이러한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고, 직원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프랑스어가 아닌 영어를 사내 공용어로 쓰고 있다. 모든 문서가 영어로 처리되고, 프랑스 본사와의 대화도 아니라 영어가 사용된다.
르노삼성은 수직적 사고체계를 고집하지 않는다. 새롭게 도입된 '크로스' 기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조직운영의 기본 방침인 크로스 기능은 업무수행에서 주관부서와 관련부서가 기획단계에서부터 함께 참여해 포괄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시스템이다. 이 같은 수평적 의사결정은 현지 경영환경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과, 내부의견의 효율적 조율이란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부산공장의 경우 제안시스템을 통해 2007년 10월 현재 임직원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개선 건수가 무려 3만762건으로 1인당 15개에 이른다. 이를 통해 르노삼성은 고객만족의 극대화, 특히 '품질과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기본철학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마케팅에서 르노삼성은 차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장경쟁을 과열시키는 무분별한 할인이벤트를 배제한 '원-프라이스(One-Price)' 정책은 영업전략의 근간으로 자리잡았다.
전국 어디서나 단일가격으로 판매하는 이 전략은 우수한 품질의 자동차를 정직한 가격으로 고객에게 선보인다는 점에서 영업 패러다임의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르노삼성의 또 다른 차별화 전략은 고객에 대한 관점이다. 차량의 스타일, 성능, 안전 등 모든 분야에서 운전자 입장에서 만들고 서비스를 시행하는 것이다. SM시리즈가 가장 많이 팔린 차는 아니지만, 고객이 가장 만족하는 차, 스트레스가 가장 적은 차량으로 인정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같은 마케팅 덕분에 르노삼성은 2006년 영업이익률이 8%를 상회했다. 앞선 기업문화와 선진적인 노사관계, 품질 제일주의를 바탕으로 한 소프트 파워 경쟁력으로 경험부족과 '규제의 경제' 제약을 극복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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