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총선을 앞둔 파키스탄에서 27일 자살폭탄 테러로 선거운동 중이던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사망하는 최악의 유혈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 정국 혼란과 위기가 극도로 심화할 전망이다. 관련기사 3면
파키스탄 내무부의 자베드 치마 대변인은 "파키스탄 인민당(PPP) 총재인 부토 전 총리가 이날 라왈핀디에서 수천명의 군중들에게 총선에서의 지지를 촉구하는 유세를 가진 직후 자살 폭탄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자베드 치마 대변인은 부토 전 총리가 라왈핀디에서 선거유세 직후 자살폭탄 공격을 받았으며, 파편을 맞아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방송 아리_원 TV는 부토 전 총리가 암살범의 총격으로 머리에 총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부토 전 총리는 자살폭탄 공격을 받은 뒤 라왈핀디 종합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사망했다. 라왈핀디 종합병원 현장에 있던 PPP 관계자는 부토 전 총리가 "오후 6시16분(현지시각) 숨졌다"고 말했으며 익명을 요구한 고위 당 간부도 부토의 사망을 확인했다.
부토의 대변인인 바버 아완 상원의원은 "의사들이 부토 전 총리의 순교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로 최소 20명이 사망했으며, 범행단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사고 직후 라왈핀디 병원으로 몰려든 부토 지지자들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일부 군중은 눈물을 터뜨리며 병원 유리창을 부수기도 했다.
파키스탄 총리를 지낸 부토 여사의 아버지도 1977년 쿠데타로 실각한 뒤 79년 처형 당해 부토 부녀는 모두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됐다.
8년간 망명생활을 접고 10월 귀국한 부토 전 총리를 노린 자살폭탄 테러는 귀국 당일 카라치에서도 발생했으나 부토는 방탄 차량 안에 몸을 피해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당시 사고로 거리에 나온 지지자 139명이 사망했다.
부토 전 총리는 무샤라프 대통령으로부터 차기 정부 총리 직을 약속 받고 귀국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무샤라프 대통령과 맞서고 있는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은 부토 전 총리를 맹비난해 부토를 겨냥한 잇따른 폭탄테러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부토 전 총리는 테러위협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의 민주화를 주창하며 총선에 출마했다. 부토의 사망으로 파키스탄 정국은 내년 총선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위기 국면으로 치닫게 됐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미국은 파키스탄 민주주의를 저해하려는 잔인한 극단주의자들의 비겁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이번 사태에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밝혔고, 유엔 대변인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긴급회의를 소집키로 했다고 밝혔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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