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2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의 경제인 간담회에 참석한다. 삼성 비자금 사태 이후 주로 한남동 자택에 칩거해 온 이 회장이 공식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회장은 당초 개인사정을 이유로 간담회에 불참하고, 대신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나갈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갑자기 참석 대상이 바뀐 데 대해 "이 당선자가 추진하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과 실행의지를 이 회장이 직접 가감 없이 들어보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재계 안팎에선 이 회장이 앞으로 5년간 경제정책을 이끌 새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과의 첫 상견례 자리에 빠질 경우 예상되는 부담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총생산의 18%, 수출의 21%를 점하는 거대 그룹의 총수로서, 새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적극 호응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당선자 측에서도 모임을 주선하는 전경련을 통해 재계 1위 그룹의 수장인 이 회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중을 강하게 전달했을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이제 관심은 이 회장이 이 당선자와의 만남에서 어떤 카드를 내놓을 지에 쏠린다. 삼성 관계자는 "구체적인 투자계획이나 액수를 제시하기 보다는, 이 당선자의 얘기를 주로 듣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삼성은 올해 국내 600대 기업 총투자액(80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1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때문에 삼성의 동참 없이는 새 정부의 투자활성화 노력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특검 수사를 코앞에 둔 삼성은 아직 내년도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투자액이 올해 수준을 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결국 새 정부의 투자활성화라는 과제는 이 당선자와 이 회장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 수 밖에 없는 숙제여서 회동 결과가 주목된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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