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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2008…中美日 석학과의 대화/ 브루스 커밍스 교수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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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2008…中美日 석학과의 대화/ 브루스 커밍스 교수에게 듣는다

입력
2008.01.02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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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는 “올해 말 미국 대선 결과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도 이 당선자는 미국 내에 많은 지지자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미관계는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연말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 한국 대통령 당선자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공통점이 많아 향후 1년 양국은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 당선자는 보수주의 색채가 상대적으로 퇴조하는 세계사적 흐름에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북 핵 문제의 해결은 부시 정부에서는 어렵고 차기 미 정부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보수적 성향을 가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서 한미 관계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가.

“이 당선자와 임기를 1년 남겨놓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노선이나 성향면에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어 한미 양국은 향후 1년 동안 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2008년 미 대선에서 자유주의 성향의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한미관계는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조정의 시기를 거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한미관계는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당선자는 노무현 대통령 보다는 미 민주, 공화 양당으로부터 훨씬 많은 지지를 확보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다면.

“어느 당이 승리하든 앞으로 한미관계는 지난 7년 동안에 비해 나아질 수밖에 없다. 부시 대통령ㆍ노 대통령 하에서 한미관계는 최악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여기에는 부시 대통령의 잘못도 크다. 이 당선자가 좋은 여건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긴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또 이 당선자는 보수주의 색채가 상대적으로 퇴조하는 세계사적 흐름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보수주의가 퇴조하고 있다고 보는 이유는.

“무모하게 이라크전을 감행한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1년밖에 남아 있지 않고 부시 정부와 굳건한 동맹관계를 과시했던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가 지난해 모두 버림을 받고 권좌에서 물러났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자유주의 또는 좌파적 성향의 정권들이 속속 선거를 통해 등장하고 있다. 특히 남미에서 그렇다. 때문에 2008년 미 대선에서 정통 보수주의 성향의 대통령이 당선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전망이다.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의 보수주의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것을 일반적으로 발전적 경향이라고 부를 수 있다.”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 것으로 보는가.

“미 국민들은 지난 15년 동안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정부의 당파적 싸움에 지쳐있다. 민주당의 흑인 주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대통령이 되면 참신한 기운으로 정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당선하기를 바라지만 내기를 한다면 나는 민주당의 여성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결국 최종 승자가 될 것으로 본다.”

-이 당선자측은 노무현 정부와 김대중 정부 시절을‘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하면서 나라의 발전이 정체된 시기였다고 공격한다. 한국의 지난 10년을 평가해 달라.

“이 당선자는 오히려 반대의 측면이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김 전 대통령은 1998년에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경제 위기를 유산으로 물아 솜씨 좋게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재벌 개혁을 진척시킴으로써 2년 만에 다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노 대통령이 대북포용정책을 계승한 결과로 한국 국민의 북한에 대한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 당선자가 대북 포용정책에서 크게 후퇴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으며 전임 대통령 수준의 포용정책은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당선자는 현대의 최고경영자(CEO)출신으로 대북 관계에서 이념적으로 경직된 자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현대가 대북포용정책 추진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될 것이다.”

-한국의 노 대통령은 보수주의자로부터 좌파로 공격 당했고 미국의 언론도 노 대통령을 서슴없이 ‘좌파’로 표현했다. 진보적인 한반도 전문 학자로서 이 평가에 동의하는가.

“그런 분류법은 상황을 오도한다. 노 대통령은 1980년대 용감하게 독재와 맞섰지만 그런 이유로 그를 좌파로 부를 수는 없다. 미국 사람들은 그보다는 양당 체제하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보여주는 차이를 식별하는데 익숙해져 있을 뿐이다. 미국에서도 1930년대 이후 강력한 좌파 세력이 존재했던 적은 없었다. 약한 자유주의자들과 강한 보수주의자들이 있었을 뿐이다. 畸뮈〈?보다 역동적인 정치 스펙트럼이 존재해 왔는데 이는 한국 국민에게 더 넓은 선택의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나쁘게 볼 것은 아니다.”

-노 대통령의 좌파적 대미 자주정책 때문에 한미관계가 어려웠다는 지적도 있다.

“부시 대통령은 2001년 취임하자마자 대북 정책을 포함, 빌 클린턴 정부 시절의 정책을 모두 부정해 버렸다. 7년이 지난 지금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클린턴 정부의 정책으로 돌아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갈팡질팡 하고 있는 사이 노 대통령만이 잘했어야 했다고 말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부시 정부는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처음엔 채찍을 휘두르다 이제는 평양과 직접 대화를 시도하는 등 유화책을 쓰고 있다. 이런 변화의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부시 대통령이 북 핵 문제를 유일한 외교 업적으로 삼기 위해 정책을 바꿨다고 얘기하지만 실제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확실치 않다. 부시 대통령은 ‘악의 축과는 대화하지 않겠다’, ‘나쁜 행동에는 보상하지 않겠다’고 말하다가 이제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거래를 하고 있다. 북 핵 문제는 아직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외교 업적으로 하기도 어렵고 부시 대통령의 외교 업적은 재앙적인 이라크전 실패 때문에 모두 묻혀 버릴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란과 직접적인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먼저 북한 핵 문제라는 걸림돌을 치우고 싶어했을 수 있다. 이런 가설을 뒷받침할 만한 정보는 충분하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부시 대통령의 변화는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면 대북 정책이 더 획기적으로 변할 것으로 보는가.

“부시 정부가 이미 실질적으로 민주당의 포용정책을 채택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민주당의 포용정책 유지에는 기존의 합의가 잘 이행되고 6자 회담이 제대로 작동할 때에만 그렇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북한이 합의를 저버리고 어긋난 행동을 했을 때에도 민주당 정부가 이를 묵과하고 포용 일변도로 나아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부시 정부가 이란과 직접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가.

“그럴 수 있다. 부시 정부가 <국가정보평가보고서> 에서 이란이 핵무기 개발 활동을 2003년 말 중단했고 이후 활동이 재개된 흔적을 찾지 못했다는 점을 밝힌 것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북 핵 6자회담 과정을 되짚어 보면 중국은 워싱턴과 평양이 대화를 시작하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란 문제에서도 미국은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이 움직여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두 당사자가 문제를 직접 풀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북 핵 2ㆍ13 합의도 북미의 직접 협상에서 도출돼 6자 회담에 제시됐다.”

-이란에는 핵무기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었다. 북한이 과연 핵무기 포기의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고 보는가.

“그렇게 생각한다. 북한은 1990년대부터 핵 관련 프로그램을 미국과의 관계에서 협상카드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미국이 기꺼이 북미 관계 정상화에 나설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눈감아줄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미국은 리비아와 핵 포기 협상을 벌일 때도 인권 문제를 부각시키지 않았고 그래서 협상을 타결할 수 있었다.”

-상호주의를 강조하는 이 당선자의 원칙적 노선이 부시 정부의 임기 말 대북 유화책과 갈등을 불러올 소지는 없겠는가.

“이 당선자가 미국과 마찰을 일으키면서까지 대북 문제에서 강경하게 나아갈 정도로 강력한 동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당선자는 경제적 개입 및 포용 정책에 있어서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 당선자는 다만 핵 문제 등 다른 문제에 있어서는 분명히 현 노 대통령보다 강력한 정책을 추구할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한미관계 및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10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관련 4개국 정상회담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한국전쟁 종전과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관련국간 회담 방식도 실은 과거의 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 4자회담이라는 이름으로 한반도에서 전쟁 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이 당선자와 부시 대통령은 이제 과거의 경험을 잘 되살려 관련국간 회담을 다시 궤도에 올려 놓는 일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이러한 일이 성공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4국 정상회담 등의 조기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는.

“이미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 상황에서 임기를 2개월 남겨둔 노 대통령이 워싱턴을 설득해 무엇인가를 이뤄내기는 불가능하다. 이 당선자의 취임 후에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이 당선자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아직 불분명하고 부시 대통령도 핵 이슈를 제쳐두고 임기 중에 4자 회담을 성사시키려 할 정도로까지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지는 않다. 결국 미국 대선이 끝난 후 내년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야 한미 양국 사이에 이 문제가 진지하게 검토될 수 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오바마 의원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한 및 이란의 지도자와도 만나겠다고 밝혀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든 새로운 정책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지연될 수 밖에 없다.”

-이 당선자가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변화시키려 할 경우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는가.

“부시 대통령은 7년 전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전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이루어놓은 북미간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깨트리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북한의 반발로 인해 재앙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 당선자가 북한과의 관계에서 그러한 전철을 되풀이하려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북 정책의 경우와는 달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이 당선자도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다. 한미 FTA의 미래를 전망해 달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한미 FTA에 대한 미국 내 반대는 훨씬 강하다. 때문에 경제 문제로 한미관계에 먹구름이 낄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한미 FTA는 한국의 농민이나 미국 시카고의 자동차 노동자들처럼 경제적 약자에게 상처를 주겠지만 이제까지 이뤄졌던 많은 다른 FTA처럼 큰 기업이 사업을 하는 데는 도움을 줄 것이다. 한미 FTA에 대한 미 의회의 비준 동의는 언젠가는 결국 통과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 부시 행정부 내에서는 미 의회의 비준 동의가 어렵다고 보는 것인가.

“현재 미국의 민주, 공화 양당의 관심은 내년 대선에 쏠려 있다. 한미 FTA도 전적으로 미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관점에서 다뤄질 것이다. 그래서 한미 FTA는 미 대선 정쟁의 희생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낙관적으로 말했듯이 내가 내기를 한다면 한미 FTA는 미 의회의 비준 동의를 얻을 것이라는 데 걸겠다.”

-한미 양국은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2012년4월까지 한국군에 이양키로 합의했다. 이 합의가 순탄하게 지켜질 것으로 보는가.

“오래 전에 이뤄졌어야 할 일도 때로는 무척 늦게 진척되는 경우가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이양도 그런 문제인 것 같다. 2012년까지라면 일단 물리적으로는 모든 것이 가능한 시간이라고 본다. 때문에 미 국방부에서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에) 또 다시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시작전통제권 이양뿐 아니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보 및 한강 이남으로의 재배치 등 한미간 군사동맹에는 많은 조정이 이뤄졌다. 이를 평가해 달라.

“그러한 작업들은 신보수주의(네오콘) 세력의 핵심인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이 구상한 신 군사 독트린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당초 럼스펠드 구상은 미 국방부 내에서도 많은 지지를 받지 못했었다. 그는 물러 났지만 미 국방부를 지배하는 타성 때문에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들은 계획에 따라 마무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군사 분야에 있어서 더 이상의 충격적인 조치가 시도될 것 같지는 않다. 개인적으로는 120년 가까이 외국군의 기지 역할을 했던 용산이 마침내 한국 국민에게 되돌려지는 것은 매우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 한국에서는 지난 연말 이라크 파병 연장안이 통과됐는데 한미 관계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부시 정부는 현재 자국군을 이라크에 계속 남겨 두기를 원하는 동맹국을 하나도 갖고 있지 못하다. 이라크전의 강력한 지지자였던 영국과 호주도 마찬가지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는 1952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고 그는 이미 임기말 권력누수(레임덕) 상태에 빠져 있다. 이라크전과 관련해서는 내년 이라크에서 어떤 일이 생기느냐와 관계없이 이미 처참한 실패로 결론났다. 때문에 한국의 새 정부는 부시 대통령이 아니라 내년 대선 결과 등장할 부시 대통령의 후임자와 이 문제를 놓고 협상할 채비를 해야 한다.”

-영국, 호주뿐 아니라 미일 관계도 소원해지고 있는데.

“일본 언론과 지식인은 자기 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례로 일본은 지난 수년 동안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북 문제의 해결을 목청껏 요구해 왔을 뿐 한국 및 중국인들이 아직도 그들을 왜 미워하는지를 반성하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일본이 납북자 문제를 얘기하는 것에 식상해 하고 있다. 미국도 북 핵 문제 해결이나 한ㆍ중과의 관계 등 때문에 납북자 문제에 신경을 쓸 여력이 별로 없다. 미국에 있어서 납북자 문제는 일본의 리더십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 정치적 문제로 여겨지고 있을 뿐이다.”

인터뷰=고태성 워싱턴 특파원 tsgo@hk.co.kr

■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누구인가

미 시카고대 석좌교수이자 역사학과 과장인 브루스 커밍스(65) 교수는 미국 내 한국 역사 연구에 관한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최고 권위자다.

한국 현대사를 진보적 시각에서 파헤쳐온 그가 학자로서의 명성을 쌓기 시작한 것도 1981년 첫 저작이기도 한 <한국전쟁의 기원> 이라는 책을 내면서부터다.

커밍스 교수는 이 책에서 비밀 해제된 미 정부의 방대한 자료를 근거로 해방 후 미 군정 실시와 남북 분단이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수정주의적 관점에서 재해석함으로써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는 수정주의 시각 때문에 한국전쟁에 대해 북침설을 뒷받침한 것 아니냐는 오해에 시달렸고 과거 한때 한국 정부에 의해 기피인물로 입국이 거부되기도 했다.

커밍스 교수는 “나는 사실을 바탕으로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장면을 전하려 했을 뿐 미국이나 남한이 전쟁을 일으켰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커밍스 교수의 일차적 학문적 관심은 여전히 한반도에 머물러 있다. 진보적 시각도 변하지 않았다.

진보적 관점에서 김대중 및 노무현 대통령 정부에 대해 애정어린 평가를 내리면서도 한미관계와 북한 핵 문제, 동북아시아 정세 등에 관해 균형잡힌 분석과 전망을 하기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한국에서 보수적 성향의 새 정부가 들어설 즈음 조지 W 부시 미 정부를 포함한 보수주의 흐름에 대한 커밍스 교수의 비판적 시각을 소개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로 여겨졌다.

그는 지금 <한국전쟁의 기원> 의 완성판을 엮는 데 몰두해 있다. 커밍스 교수는 1990년 구소련 붕괴 후 공개된 소련측 자료를 반영, <한국전쟁의 기원 2> 를 출간했는데 원 저작과 이 책을 요약하고 수정ㆍ보완해 한 권의 책으로 엮는 작업을 하고 있다.

커밍스 교수는 <한국전쟁의 기원 2> 출간에 앞서 1981, 1987년 두 차례 평양을 다녀오기도 했다.

또 해양세력의 패권을 기술한 <바다에서 바다로 옮겨진 지배권: 태평양의 부상과 미국의 힘> 을 탈고,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동북아시아 지역의 정치ㆍ경제에 관한 책도 준비하고 있다.

커밍스 교수가 한국에 대해 쓴 책으로는 <한국 현대사> <양지 속의 한국> <북한, 또 하나의 나라> 등이 있다.

커밍스 교수는 1960년 대 말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하면서부터 한반도와 인연을 맺기 시작됐다.

커밍스 교수가 1985년 당시 미국에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부의 신변안전 보장을 받지 못하고 귀국을 강행했을 때 위해를 막기 위해 김 전대통령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에 내린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이러한 인연으로 지난해 5월 전남대가 제정한 ‘후광 김대중 학술상’의 첫 수장자로 선정됐다.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커밍스 교수는 워싱턴대, 노스웨스턴대를 거쳐 시카고대서 강의와 연구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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