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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에 뜬 달' 보러 경복궁 찾은 설치미술가 강익중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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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에 뜬 달' 보러 경복궁 찾은 설치미술가 강익중씨

입력
2008.01.02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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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가림막이 아니라 ‘열림막’입니다. 광화문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곳이니까요.”

미국 뉴욕에서 활동중인 설치 미술가 강익중(48)씨가 27일 경복궁을 찾았다. 광화문 복원공사 현장에 가림막으로 설치된 자신의 작품 <광화에 뜬 달> 을 보기 위해서다. 1997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한 그는 동과 서, 영과 속을 결합한 작품세계로 국제무대에서 가장 주목 받는 한국작가로 꼽힌다.

높이 27m, 가로 41m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그림인 <광화에 뜬 달> 은 강씨가 6개월간 그린 2,616개의 작은 그림 패널을 모자이크해 만든 작품. 배경으로 그린 인왕산 그림이 948점, 메인 테마인 달항아리와 백자 그림이 1,582점, 단청에 쓰이는 14가지 색을 이용해 그린 단색 그림이 86점이다. 광화문 가운데 문 안쪽에는 전 세계 어린이들이 그린 5,200점의 그림을 붙였다.

“광화문 가림막이 디바이더(divider)가 아니라 컬렉터(collector)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착상했죠. 6개월간 하루 18시간 이상 작업하느라 가족 얼굴 볼 시간도 없었지만, ‘우리나라 잘 되게 해주세요’ 빌면서 한 장 한 장 만들었더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이 작품은 제 기도문인 셈이죠.”

강씨는 “인왕산은 광화문 가림막으로 인해 볼 수 없게 된 우리 산을 보여드리고 싶어 그렸고 백자는 우주, 하늘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붓을 사용하지 않고 손에 물감을 발라 자연스럽게 그린 달항아리는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나라의 현실과 통일의 염원을 상징한다.

“달항아리는 크기가 커 한꺼번에 물레에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아랫부분과 윗부분을 따로 만들어 이어 붙이잖아요. 지금은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지만 언젠가는 달항아리처럼 한 몸이 되는 날이 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는 “세종로는 어머니가 늘 버스를 타고 지나 다니시는 길이라 특별히 신경 써서 더 잘 그렸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작가가 만든 세계에서 가장 큰 그림이지만, 작품 값은 무료다. 작품 의뢰를 해놓고 어마어마한 작품료 때문에 고민에 빠진 문화재청에 작가가 대여 형식으로 작품을 설치해줬다. “한반도에 태어나서 제가 받은 은혜는 값을 매길 수 없는 거죠. 한반도의 일원으로서 조국에 드린다는 마음으로 만든 겁니다.” 만만치 않았을 재료 값도 받지 않은 건 너무 밑지는 장사 아니냐고 재차 묻자 수줍게 웃으며 하는 말, “전혀 아깝지 않아요.”

삭막한 도심을 밝혀줄 <광화에 뜬 달> 은 복원공사가 끝나는 2009년 9월까지만 광화문에 자리하는 ‘시한부 인생’이다. “공사가 끝나면 조선인 노동자 집단수용소가 있던 일본 우토로 마을에 기증해 한일관계를 푸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튼튼히 만들어 아마 100년은 거뜬히 갈 거예요.”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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