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른스트 곰브리치 등 / 푸른숲'시간'으로 본 인류문명사 "우리는 우리 자신의 시계"
2008년의 첫날이다. 연 월 일 시 분 초, 세속의 시간은 어김없이 흐른다. 새해에는 우리 삶에 좋은 일만 그득하기를 바래보는 것은, 곧 ‘시간’에 거는 기대이다. 신년이라는 특정한 시간의 지점은 희망이라는 묘약이 된다.
<시간박물관> 을 펴 본다.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는 책 <서양미술사> 의 저자 에른스트 곰브리치(1909~2001)와 <장미의 이름> 의 움베르토 에코(76) 등 예술 역사 철학 문화 분야의 석학 24명이 인류가 처음으로 시간을 인식한 때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시간 전체를 대상으로 쓴 야심찬 책이다. 장미의> 서양미술사> 시간박물관>
뉴 밀레니엄 소동으로 온 세계가 떠들썩하던 1999년 10월부터 2000년 9월까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가 개최한 ‘시간 이야기’ 특별전과 함께 출판됐다. 에코가 책의 서문을 썼다. “하느님은 천지를 창조하기 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하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우스개 같은 질문을 인용하며 시간 이야기를 꺼낸 그는 “우리는 결국 우리 자신의 시계다”라는 정의를 내린다.
필자들은 지구상의 여러 문화가 시간 개념을 어떻게 창조하고 인식했는지부터 시작해 시간의 측정, 묘사, 체험, 그리고 시간의 종말을 논의한다. 특별전에 나왔던 전시물 400여점의 생생한 도판이 그대로 실려 읽는 즐거움과 함께 보는 즐거움을 준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는 없다”고 흐르는 시간을 설파했던 고대 철학자는 헤라클레이토스였다.
흘러가 버리는 시간은 잔인하다. 자신이 막 낳은 자식마저 잡아먹어 버리는 ‘시간영감’ 사투르누스의 형상은 시간의 파괴적 모습이다. 그리고 20세기의 화가 달리는 고향 스페인 카탈루냐의 카망베르 치즈처럼 말랑말랑하게 시계를 녹여버린 그림 <기억의 잔재> 로 새로운 시간 개념을 표현했다. 시간은 그렇게 시계 밖으로 나온다. 신년은 에코의 말처럼 ‘우리 자신의 시계’를 하나씩 만들어야 할 시간이다. 기억의>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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