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사장 남중수)는 지난해 12월27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함께 야구단 창단을 공식 발표했다. KT가 프로야구에 참여함에 따라 현대 야구단은 공중분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창단 발표 후 KT의 행보를 보면 과연 야구단을 운영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서울을 공동 연고로 하는 두산과 LG가 28일 “KT의 서울 무혈입성을 허락할 수 없다”고 반발하자, KT는 30일 “다른 구단들의 환영을 받지 못한다면 야구단 창단 의지를 접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KT는 31일에도 “일단은 창단작업을 진행하겠지만 앞으로도 다른 구단들의 반대가 심하다면 창단을 포기할 수도 있다”며 기존의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는 KBO가 이미 다른 구단들과 교통정리를 끝낸 줄 알았다”며 KBO에 공을 떠넘겼다.
KT는 ▲민영 3기를 맞아 본격적인 엔터테인먼트기업으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고 ▲역동적 기업문화를 조성할 수 있으며 ▲재계 7위 그룹(공기업 제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프로야구단 창단을 추진하게 됐다고 했다.
과거 공기업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국민적 사랑을 받기 위해 야구단 창단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창단 추진 발표 후 KT의 행보는 좌고우면(左顧右眄)이다.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곁눈질하고 있다.
“추진은 하되 다른 구단들의 반발이 누그러지지 않으면 포기할 수도 있다”는 어정쩡한 태도다. 단돈(?) 60억원에 서울 연고 프로야구단을 갖게 됐지만 ‘여차하면 그만둘 수 있다’며 한 자락 깐 채 일을 진행하고 있다.
KT는 “국민적 관심이 큰 분야에 기여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기업이라는 경영방침과 일치하기 때문에 프로야구단 창단을 추진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좌고우면, 우유부단한 모습으로는 존경은커녕 지탄을 받기 십상이다. 재계 7위의 ‘존경 받는’ 기업답게 확고부동한 태도가 아쉬운 KT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