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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파워/ <중> 핑퐁외교에서 야오밍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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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파워/ <중> 핑퐁외교에서 야오밍까지

입력
2008.01.02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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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하오 베이징올림픽…지구촌 '스포츠 넘버원' 꿈꾼다

100년 전. 중국 톈진(天津)의 한 청년 잡지에 ‘우리는 언제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까, 언제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 있을까, 그리고 언제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을까’란 요지의 글이 실렸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제국주의의 거친 물결 앞에 처참하게 무너진 중화 민족의 현실에 대한 자조와 탄식인 동시에 당시에는 도저히 이룰 수 없던 ‘머나먼 꿈’에 대한 동경이었다. 하지만 1932년 류창춘(劉長春)이 중국인 최초로 올림픽에 참가했고, 1984년 중화인민공화국의 이름으로 LA올림픽에 나가 첫 금메달을 따냈다.

중국의 올림픽 개최에 대한 꿈이 이뤄진 2008년은 그로부터 정확히 100년째 되는 해다. 중국인들 스스로 ‘100년 만의 꿈’이라고 일컫는 2008베이징올림픽. 1971년 핑퐁외교를 계기로 국제무대에 등장한 그들은 단순히 유치가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를 제치고 아시아권 사상 최초의 종합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과연 가능할까.

선택과 집중

4년 전 아테네올림픽에서 중국은 미국에 이어 금메달 종합순위 2위에 올랐다. 미국은 금메달 36개, 중국은 32개였다.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라면 역전도 충분히 가능해 보이는 수치다. 하지만 여전히 스포츠 초강대국 미국의 아성은 높기만 하다. 금-은-동 메달을 합하면 미국(103개)과 중국(63개)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때문에 중국은 ‘최선을 다해 금메달 1위를(力爭金牌榜第一)’이란 구호 아래 금메달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이 전통적으로 강한 종목의 금메달 수를 살피면 다이빙은 6개, 배드민턴은 5개, 탁구는 4개, 사격과 역도는 각각 15개가 걸려 있다. 또 미국의 ‘텃밭 종목’에 대한 견제에도 적극적이다. 중국은 지난 2001년 올림픽 유치가 결정되자마자 미국의 독주가 예상되는 육상과 수영에서 맞불을 놓는 ‘119 공정(工程)’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119는 육상과 수영, 조정에 걸린 메달 수를 합한 숫자다. 여기에 여자레슬링과 여자양궁, 여자 유도에서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종합 1위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홈어드밴티지의 이점

어느 대회나 개최국이 유리하기 마련이지만 베이징올림픽에서는 ‘홈 텃새’가 유난히 매서울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 1위에 대한 중국의 야망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중국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에서 한국 선수단이 중국 심판의 편파 판정에 반발해 경기를 보이콧한 사건이 일어났다.

전략 종목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중국의 욕심이 드러난 대목. 88년 서울올림픽 당시 한국이 개최국의 이점을 등에 업고 종합순위 4위까지 오른 점을 감안하면 홈어드밴티지는 이번 올림픽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대 변수다. 당시 중국은 개최국인 한국과 전략 종목이 겹치면서 금메달 5개에 그치며 11위까지 밀렸다. 이번에는 상황이 정반대라는 점에서 한국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반면 홈에서 열리는 대회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여지도 있다. 육상스타 류시앙은 지난 9월 오사카세계육상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한 뒤 “고문과도 같은 부담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13억 중국 국민들의 금메달에 대한 염원은 정작 선수들에게는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차이나파워'의 주역들

이미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 기라성 같은 중국의 스포츠 영웅들이 올림픽 성화가 불타오르길 벼르고 있다. 중국이 자랑하는 남자 허들 110m의 ‘황색 탄환’ 류시앙(24)과 미프로농구(NBA)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을 자랑하는 야오밍(28)으로 이뤄지는 쌍두 마차는 베이징올림픽을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만리장성 가운데서도 가장 견고한 탁구에서는 세계랭킹 1,2,3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왕하오-마린-왕리친 삼각편대가 금메달 싹쓸이를 예약했다.

지난 다섯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무려 20개나 거머쥔 중국 다이빙 대표팀 선수들 중에서는 수려한 외모까지 겸비한 ‘다이빙 여제’ 궈징징(27)이 단연 돋보인다. 궈징징은 대회조직위와의 인터뷰에서 “애틀랜타올림픽부터 4번 연속 올림픽에 나가는 행운을 잡았다. 이번에는 홈에서 열리는데 정말 근사한 일이다”며 올림픽 2연패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 中 스포츠 성장 원동력은

#사례1. 리투아니아 출신의 요나스 카즐라우스카스(54) 중국 농구대표팀 감독은 벌써 중국 사람이 다 됐다. 중국의 산해진미를 음미하는 동시에 만리장성과 자금성 같은 유적지는 둘러본 지 오래다. 시간이 나면 다른 농구팀 감독들과 낚시를 가는 망중한까지 즐기며 8월 개막하는 베이징올림픽을 기다리고 있다.

#사례2. 중국의 탁구스타 왕리친(29)의 취미는 드라이브다. 값비싼 독일의 자동차 ‘아우디’를 몰고 다니는 그는 중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부유층이 됐다. 99년부터 시작된 중국 프로탁구 슈퍼리그는 왕리친과 같은 탁구 영웅들에게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가져다줬다.

#사례3. 98년 당시 15세의 류시앙(24)은 높이뛰기에서 촉망 받는 유망주였다. 그러나 꿈나무 집중 육성책에 따른 적성검사에서 ‘장래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자 류시앙은 과감히 종목을 허들로 바꿨다. 류시앙은 2001년 13초32를 기록해 연령별 세계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스포츠 차이나(Sports China)’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90년대 이후 탄력 받기 시작한 중국의 경제력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스포츠 파워는 급상승하고 있다. 13억이 넘는 풍부한 인적 자원에 국가 주도의 엘리트 스포츠 정책이 합해진 중국은 이미 올림픽 4연패를 한 미국의 아성을 넘보기에 모자람이 없다는 평가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해외 선진 스포츠의 노하우를 흡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중화’의 자존심을 접고 해외 우수 지도자 영입을 주저하지 않았다. 현재 중국 올림픽대표팀에서 ‘외인 사령탑’이 장악하고 있는 종목은 축구, 농구, 하키, 조정, 카누, 펜싱, 핸드볼,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등이다. 전체 28개 참가 종목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 중국 특유의 배타적인 텃새 문화로 일컬어지는 ‘관시(關係)’도 이들 외국인 지도자들 앞에서는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스포츠 스타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매우 우호적이다. 상하이의 스포츠지인 <티위르빠오(體育日報)> 의 주예 기자는 “육상의 류시앙이나 탁구의 왕리친과 같은 열손가락 안에 드는 스포츠 선수들은 큰 도시에 저택을 갖고 있고 BMW, 페라리 등 외제 승용차를 몰고 다닌다”면서 “특히 올림픽 메달리스트에 대한 사회적 존경과 우대는 최고 수준이다”고 전했다.

중국은 올림픽 정상을 꿈꾸며 일찌감치 ‘1등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가장 대표적인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수의 메달이 걸린 육상과 수영 종목을 집중 육성하는 ‘119 공정(工程)’이다. 육상과 수영, 조정을 합해 총 119개의 금메달이 걸린 기초 종목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서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이 전략은 베이징올림픽에서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육상과 수영을 비롯한 기초 종목의 유망주들에게 연간 연간 3억원 이상을 투입해 제2, 제3의 류시앙 만들기에 총력을 쏟고 있다.

김기범기자 kiki@hk.co.kr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 中 역대 올림픽 성적… 2000년 3위, 2004년 2위

중국은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이라는 이름으로 1932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9회 올림픽에 처음 참가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 of china)으로 국가 명칭을 바꾼 이후로는 한동안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다 84년 LA올림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52년만의 올림픽 나들이였지만 중국은 금메달을 15개나 따내며 스포츠강국으로 발돋움했다. 당시 3관왕에 오른 체조 영웅 리닝 등을 앞세워 ‘아시아 파워’를 보여준 중국은 미국, 루마니아, 서독에 이어 종합 4위를 차지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88서울올림픽에서 금 5개로 종합 11위에 그치며 주춤했지만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과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두 대회 연속 금메달 16개를 따내며 종합 4위를 차지해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이어 21세기 첫 올림픽인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는 유럽의 강호 독일을 제치고 ‘넘버3’로 올라섰다. 중국은 금 28개를 비롯해 모두 59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미국과 러시아의 뒤를 이었다. 스포츠강국 중국의 위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미국과 함께 스포츠계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 러시아를 추월하며 종합 2위를 달성했다.

중국은 수영에서 대거 금 7개를 획득했고 사격, 탁구, 배드민턴, 육상, 태권도, 역도, 체조 등에서 각 2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냈다. 금 32개를 획득한 중국은 1위를 지킨 미국(금 36개)과의 격차를 4개 차로 좁히며 세계 정상의 자리를 위협했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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