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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보다 재밌게 소설보다 감동깊게

입력
2008.01.02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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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영화계에 바란다

한국 영화계에 칼바람이 불었던 2007년이 저물고 있다. 2008 무자년에는 어여쁜 꽃이 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영화가 1,000만 시대를 회복하고 살아나려면 영화제작자 배우 감독 모두가 제로 베이스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2008년, 영화계에 바라는 것들.

#하나. 자만심을 버려라

영화인들이 자만심을 버리고 ‘헝그리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관객은 ‘한국영화니까, 봐 주자’는 마음이 없다. 지난해 1~11월 서울 개봉영화 점유율이 59%였지만 올해 1~11월 서울 개봉영화 점유율은 46%에 그쳤다.

게다가 TV와 인터넷에 흥미거리가 넘쳐난다. 영화보다 큰 제작비를 들인 드라마가 등장하는 세상이다. 영화 제작자와 감독들은 다른 영화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매체와도 경쟁을 해야 하는 판이다.

올해 ‘대박’이 난 영화 <디워> <화려한 휴가> 모두 100억원 이상을 사용한 대작이다. 제작자나 감독이 제작비를 사용하는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제 돈이 아니라는 이유로 확신 없이 제작비를 낭비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투자를 위축시키고 한국영화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감독들의 엄격한 예술정신도 필요하다.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 마케터는 “한국영화가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하면서 감독의 권력이 막강해졌다. 한국영화의 규모가 커지면서 한 두 작품을 한 감독도 중견 감독처럼 스스로를 생각하는 경향이 생겼다. 투자와 흥행이 다음 투자를 담보한다는 생각 때문에 영화의 긴장감이 없어지고 뻔한 영화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둘. 콘텐츠가 달라져야 한다.

여름에는 공포, 추석에는 조폭 코미디, 겨울에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공식은 끝났다. 그럼에도 영화계는 여전히 관습적인 영화들을 반복 생산하고 있다. 형사 영화 한 편이 성공하면 비슷한 아류작이 우르르 몰려든다. 실례로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올드보이> 가 흥행과 작품성으로 호평을 받으면 일본 만화 판권을 사는 게 유행처럼 번진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뼈대인 시나리오부터 바뀌어야 한다. 기존의 틀을 깨야 한다. 우선 창의적인 시나리오가 많이 나와야 한다. 현재 영화계에는 소설과 영화를 원작으로 한 시나리오가 많다.

시나리오를 창조하기보다는 이미 검증된 만화나 소설을 토대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영화계에서는 “소설 중에는 영화계에 판권을 팔려고 쓰여지는 듯한 소설도 있다”고 귀띔한다.

<궁녀> 의 경우 김미정 감독이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연출부에서 일하면서 궁녀의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직접 역사를 연구해 시나리오를 썼다. 덕분에 이 영화는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좋은 평을 받았다. 어색한 각색으로 원작의 완성도를 떨어뜨린 <어깨 너머의 연인> 같은 작품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야기 산업을 키워 흐름을 바꿔야 한다. 소설이나 만화나 실화에서 빌려올 것이 아니라 거꾸로 영화 시나리오가 소설로 읽히고 부가산업을 발전시키는 노력이 아쉽다. 논란의 중심에 서긴 했지만 <디워> 가 노리고 있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영화 <디워> 를 만화, 소설, 캐릭터 등으로 개발하며 부가판권시장을 키우는 것이 바로 이야기 산업의 힘이다.

#셋. 적역 캐스팅을 하라

시나리오에 어울리는 배우를 캐스팅해야 한다. 스타의 이름값이 흥행의 보증수표라는 생각에 시나리오보다 배우를 보고 투자를 하는 관례는 버려야 한다. 스타파워의 부실함은 올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황정민 임수정 주연의 <행복> 은 체면은 유지했지만 스타 배우가 출연하지 않은 <식객> 에 뒤졌다.

설경구 김태희의 <싸움> 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관객은 이제 스타가 출연하지 않더라도 흥미를 끌 요소가 있다면 관심을 갖는다. 이야기에 걸맞는 적역 캐스팅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타 위주의 작품에 투자하는 관행이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스타 파워가 약해졌다는 것은 새로운 스타가 필요하다는 반증이다. 몇몇 스타배우에게 영화가 의지하다 보니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는 것은 당연지사다. 영화계가 어렵기 때문에 스타가 몸값을 깎아주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그 액수는 상징적일 뿐 영화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는 크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한 영화 관계자는 “1,2억을 깎아주는 경우는 드물다. 2,000만원 정도 깎아주는 것이 대부분인데 그 정도는 사실 제작비 절감 차원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제 값을 줘도 좋으니 제 몫을 해 내는 배우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결국 스타를 발굴하고 그 스타가 자신의 몫을 해 주는 것이 중요한 숙제인 셈이다.

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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