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통신기업인 KT가 27일 프로야구 참여를 공식 발표함에 따라 내년 시즌도 8개 구단체제로 운영되게 됐다. KT는 해체되는 현대 유니콘스를 모태로 새로운 팀을 재창단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2000년 쌍방울을 사실상 인수한 후 새롭게 팀을 창단한 SK 와이번스의 전례를 벤치마킹하는 셈이다. KT의 프로야구 참여에 따른 득실을 따져본다.
프로야구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나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KT는 재계 서열 10위에 해당하는 대기업이다. 공기업을 제외하면 7위에 해당한다. 올해 현대 인수를 놓고 협상을 벌였던 미국계 부동산 지주회사인 프로스테이트 홀딩스나 STX 그룹과는 비교가 안 된다.
19개 계열사로 이뤄진 그룹의 올해 총 매출은 20조원에 달하며, KT 한 개 회사만 따져도 11조9,000억원에 이른다. 1년 야구단 운영비로 200억원 정도를 쓰는 것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27일 기자회견에서 “KT와의 협상 과정에서 다른 건 몰라도 하나는 약속을 받았다”며 “어느 구단 보다도 우승을 위해 모든 정열을 쏟아 붓겠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KT가 창단 첫 해부터 공격적인 투자를 한다면 프로야구는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라이벌 기업인 SK와의 ‘통신 대전’은 프로야구의 흥행을 이끌 새로운 촉매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KT가 프로야구 참여를 결정한 데는 SK텔레콤을 모기업으로 둔 SK 와이번스의 올시즌 돌풍에 큰 자극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프로야구의 가치를 떨어뜨린 나쁜 선례되나
KT가 프로야구에 참여하며 지불하는 비용은 KBO 기금 명목의 60억원에 불과하다. 두산이 지난달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인 김동주에게 제시했던 62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공식적인 인수대금은 단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1995년 말 현대가 인천 연고의 태평양 돌핀스를 인수할 당시 지불한 비용은 470억원. 그 때에 비해 크게 폭락하긴 했지만 지난 1월 KBO가 농협중앙회와 협상을 벌였을 때도 인수 대금은 80억원 정도로 산정됐다.
그러나 불과 11개월 만에 야구단의 가치는 ‘제로’가 됐다. 신 총재가 연내에 현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신의 말에 발목을 잡혀 마치 ‘연말 땡처리’를 하듯 야구단을 헐값에 떠넘겼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시즌 KBO는 야구발전기금을 담보로 현대에 구단 운영비 131억원을 대출해줬지만 KT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돈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KBO는 70억원의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다.
KT가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서울에 ‘무혈입성’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더욱이 KT는 현대를 인수하지 않으면서도 현대의 연고지인 서울을 공짜로 얻게 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현대 사태를 계기로 프로야구의 시장 가치와 위상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승택기자 lst@hk.co.kr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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