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경 글ㆍ이형진 그림 / 문학동네 발행ㆍ184쪽ㆍ9,000원서로 괴롭히면서도 의지하는 게 가족일까
초등학교 5학년 현이와 아빠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왕조 유적인 타프롬 사원 앞에 섰다. 열대 무화과나무, 현지어로 ‘스퐁나무’가 사원의 지붕과 벽을 뚫고 거대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왜 나무를 베지 않느냐는 여행객의 말에 가이드가 답했다. “나무를 베면 사원이 무너지게 된답니다.… 서로를 괴롭히면서도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 그게 바로 이곳 사원과 나무의 관계랍니다.”(135~136쪽)
부자(父子)의 캄보디아 여행기인 이 장편동화는 스퐁나무의 은유에서 정점을 맞는다. 외도를 저지른 아빠와 이를 용납 못하고 별거를 택한 엄마, 두 사람 모두를 원망하던 현이는 “한 몸처럼 붙어 있는 나무와 사원이 꼭 엄마 아빠의 모습 같았다”(137쪽)고 느낀다.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저 둘을 딱 떼어 내고 싶었다. 얼마 동안이라도 좀 편하게 지내보라고.
그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사원을, 아니 나무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136쪽) 현이는 학년이 바뀔 때마다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달라지는 자신을 떠올리며 “조금, 아주 조금 아빠를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170쪽)고 생각한다. 여행지에서 만난 중학생 신이 누나 말마따나 “사랑은 변할 수도 있는 거”니까.
현이의 생각 변화엔 이국에서 목격한 삶의 모습들도 한몫한다. 생계를 위해 악착같이 호객하는 아이들, 오랜 내전 통에 지뢰 사고로 다리를 잃고 관광지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아저씨들 한편엔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관광 왔다가 눌러앉은 외국인 봉사자들이 있다. 열악한 생존 조건에 맞서 삶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을 보며 현이는 “지금 하고 있는 고민들이 모두 별 것 아닌 것처럼”(173쪽) 느낀다.
이 동화는 가족 해체에 직면한 아이들이 겪는 상처와 자기 치유의 과정을 낙관적으로 그리고 있다. 가족의 전통적 응집력이 약화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며 극복 방안을 모색하는 작가의 뚝심이 세다. 콜라주풍의 삽화가 독특한 미감을 전한다. 올해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초등학교 5학년 이상.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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