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이명박 당선자와 한나라당 의원ㆍ당협위원장들의 회동은 국민을 섬기는 낮은 자세가 강조되는 가운데 내년 4월 총선에서의 압승을 다짐하는 의지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 당선자가 당내 친이(親李)ㆍ친박(親朴) 사이의 갈등을 지적하는 대목에선 묘한 긴장감도 흘렀다.
당 지도부가 이날 오전 대선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마련한 의원ㆍ당협위원장 연석회의는 정오께 이 당선자가 입장하면서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이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전국 각지에서 '야전 사령관' 역할을 맡았던 240여명의 참석자와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 당선자는 인사말에서"우리가 대선 승리에만 계속 매달려 있을 수는 없다"는 말로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는 "(대통합민주신당은) 2002년에 승리한 방식대로 이번 대선을 치렀지만 국민은 이미 미래로 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는 친이ㆍ친박 의원들의 감정적 앙금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며 내년 4월 총선 압승을 위한 내부 결속을 주문했다. 그는 작심한 듯 "기왕에 이렇게 만났으니 한가지 당부하자"며 말문을 연 뒤 "경선에 매달려 짝을 지어 모여서 수군댄다", "2002년에 묶여 있는 정치권과 다를 게 없다"고 했다. 또 국민을 향해 나아가자며 "개개인의 희생이 따를 수 있다"고 한 대목을 두고선 공천 물갈이를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그러면서도 이 당선자는 참석자들을 향해 "향후 5년 간 함께 국정을 책임지고 같이 나가야 할 동반자"라고 다독인 뒤 "함께 해달라" "내 마음을 이해해 달라"고 호소했다. 묵은 감정과 계파 등을 잊고 당내 화합과 협력을 이룸으로써 자신의 국정운영에 힘을 보태 달라는 간곡한 당부였다.
앞서 강재섭 대표 등 지도부도 이명박 정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4월 총선 압승의 중요성과 겸손한 자세를 누차 강조했다. 강 대표는 "정권교체의 초심으로 돌아가 내년 총선에서 안정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민심에 부응하지 못하면 나중에 분노로 돌아설 것"이라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이날 행사에는 유승민, 유정복, 이혜훈 의원 등 친박 의원들도 대부분 참석했지만, 일부는 이 당선자의 인사말이 끝나자 서둘러 자리를 뜨는 등 모임이 편치 못하다는 기색을 나타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다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 당선자는 참석자들과 오찬을 함께 한 뒤 청와대 헬기를 타고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한 태안지역을 찾아 피해 주민들을 위로했다. 그는 "태안 등 6개 시ㆍ군의 보상 문제에서 사각지대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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